취임 두 번째 해를 맞이한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기업 현장에서는 비교적 ‘믿어볼 만하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이른바 3고(高)로 글로벌 경제뿐 아니라 국내 경기 또한 크게 위축됐지만 노동정책 등 주요 경제정책 과제에서 정부가 강력한 개혁 의지를 내비치고 있어 중장기적인 개선이 기대된다는 의미다. 다만 현재 처한 어려운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규제 개혁, 투자 유인책 마련 등으로 기업 경쟁력 제고에 주력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1일 서울경제가 국내 주요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신년 경영 설문 조사 결과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 평가에 대해 전체 응답 기업의 83.1%가 ‘보통이거나 대체로 만족한다’는 의견을 냈다. ‘대체로 만족한다’는 답변은 24.1%, ‘보통이다’는 응답은 59%였다. ‘만족하지 못한다’는 답변은 16.9%(별로 만족 못한다 13.3%, 매우 만족 못한다 3.6%) 수준이었다.
한 기업 관계자는 “국내 경제 상황이 좋다고 보기 어렵지만 정부의 정책 문제라기보다는 글로벌 위기의 여파”라며 “어려운 여건 속에서 기업 경영 환경 개선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에 기대를 걸고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정부의 경제정책 중 가장 잘하고 있는 분야로 ‘노동 정책(45.8%)’을 꼽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귀족 강성 노조’를 언급하면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개선하겠다”며 노동 개혁 의지를 드러냈다. 윤석열 정부는 앞선 화물연대 파업 당시 이전 정부와 달리 강경 대응하는 등 출범 이후 고질적인 노동문제 해결에 강력한 의지를 지속적으로 내보였다. 예측 불가능한 각종 불법 쟁의행위로 ‘산업 동맥경화’에 시달려온 기업들이 정부의 노동 개혁 의지에 높은 기대를 내비쳤다는 해석이다.
중복 답변을 허용한 이 질문에서는 이 밖에 ‘규제 개혁(30.1%)’ ‘세제 정책(21.7%)’ 등의 답변이 뒤를 이었다. 모두 현 정부가 기업 환경 개선을 위해 중점 과제로 추진하는 사안이다. 통상 정책에 대해서는 4.8%가 ‘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잘하는 분야가 없다(20.5%)’는 응답과 ‘정권 초기여서 판단을 보류하겠다(1.2%)’는 응답도 있었다.
반면 현 정부가 가장 못하고 있는 정책 분야에 대해서는 ‘통상 정책’이 51.2%로 가장 많이 꼽혔다. 미국의 인플레이션방지법(IRA) 등 각국이 보호무역주의로 선회하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대응이 기업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는 반응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통상 분야는 기업들이 노력해서 풀 수 있는 분야가 아니어서 정부에 대한 기대치가 더욱 높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규제 개혁(28.7%), 세제 정책(23.8%), 노동정책(17.5%) 등이 언급됐다. 이들 정책 분야는 잘하는 분야뿐 아니라 못하는 분야로도 주로 언급됐는데 정부의 개혁 의지는 높이 평가할 만하지만 누적된 문제를 해소할 수준은 아직 아니라는 평가로 읽힌다.
기업들은 정부가 새해 기업·산업의 막힌 혈을 풀어 글로벌 경쟁력을 향상시킬 기회를 만들어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가 나서서 해줘야 할 핵심 역할로는 ‘규제 개혁’과 ‘연구개발(R&D) 투자 강화’가 첫손에 꼽혔다.
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과제를 묻는 질문(중복 답변 가능)에 기업들은 규제 개혁(51.2%), R&D·투자 지원 강화(50%)를 가장 먼저 언급했다. 이어 정부의 세제 지원(40.5%), 글로벌 공급망 확보(26.2%), 전문인력 양성(25%), 노동 개혁(20.2%) 등의 순이었다. 각 기업이 속한 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방안으로도 R&D 등 투자 강화(39.3%)와 규제 개혁(31%)의 응답 비율이 가장 높았다. 노동 개혁(9.5%), 정부의 세제 지원(8.3%), 전문인력 양성(8.3%), 공공 수요를 통한 초기 시장 창출 지원(2.4%), 구조 조정 단행(1.2%) 등도 주요 과제로 언급됐다.
재계 관계자는 “고부가 첨단산업의 주도권을 확보하려면 기업뿐 아니라 정부까지 나서서 기술 개발에 힘을 쏟아야 살아남을 수 있다”며 “여기에 완성된 기술력을 펼칠 때 기업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무의미하고 해묵은 규제는 과감하게 걷어내 미래 먹거리 확보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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