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는 기후·환경·산업·첨단기술·지역 등 여러 이슈가 복합적으로 얽혀 고도의 전략적 사고가 필요한 분야다. 제조업 인프라이자 그 자체로 미래 산업으로 컸지만 국회 내 에너지통은 턱없이 부족하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 내 여야를 대표하는 에너지 전문가로 관련 입법을 주도해왔다. 박 의원은 “탄소 감축 정책은 정책적 의지가 분명해야 시스템이 바뀌는 만큼 과감한 목표가 필요하다”면서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가 공격적이라면 기업에 당근책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가 하면 김 의원은 “‘에너지원 믹스’ 포트폴리오에 대한 큰 그림을 국회가 그려나가는 게 좋다”며 “특히 전기요금을 가정·농업·산업용 등으로 구분해 매기는 과금 체계는 손봐야 한다”고 짚었다.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 분야를 뒷받침하기 위한 원자력발전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원전을 늘리는 게 지상 과제는 아니다(박 의원)” “국토 면적 등을 볼 때 재생에너지는 한계가 있다(김 의원)”는 이견도 드러냈다.
특히 연초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인 ‘CES 2026’에 나란히 참석한 두 의원은 “에너지의 미래를 봤다”고 했다. 이들은 “자율주행차 시장을 빠르게 열려면 전기차 산업이 선행돼야 한다”며 “기술 발전으로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사회=이상훈 정치부장
-AI 병목 등으로 ‘에너지 패권’ 경쟁이 치열하다.
△박=시대가 많이 변하고 있다. 글로벌 테크 기업들이 테크 발전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기술이나 인력이 아니라 에너지를 꼽고 있다. 과거 산업 발전에 있어서 에너지가 서포트 역할을 했지만 이제는 서포트 역할보다 에너지 자체를 어떻게 더 혁신적으로 잘 발전시켜나가야 할지를 고민하는 시대가 됐다. 에너지 자체가 산업이 됐고 그 경쟁력을 어떻게 키울지가 굉장히 중요한 시대다.
△김=전 세계가 석유·석탄의 시대를 넘어 깨끗하면서 지속 가능한 에너지원을 찾기 시작했다. AI를 계속 개발하려면 궁극적으로 더 큰 에너지가 필요하다. 또 기왕이면 깨끗한 에너지원이기를 바란다. 그래서 재생에너지원에 집중한 것이고 궁극적으로 원자력이 언급되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대만 정부에도 원자력발전을 해야 한다고 계속 얘기하고 있다. 기후 대응과 AI·에너지를 어떻게 잘 융합할지 정부가 고민해야 한다.
-국회에 에너지 전문가가 어느 정도 되나.
△김=에너지가 진짜 어렵다. 실제 에너지 관련 전문가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풀도 한정적이다. 에너지의 97%를 수입하는 국가에서 에너지 문제가 많이 경시됐다. 전문성을 갖춘 의원뿐 아니라 에너지 분야 수석전문위원도 더 필요하다. 안보·외교·통상과 맞물린 문제다.
△박=맞다. 전문가 풀이 부족하다. 에너지 이슈 하나만 가지고도 기술·산업·금융 및 지역 주민 수용성 등 다양한 측면의 전문성이 요구된다. 국회 내 수석전문위원이나 입법조사처·예산정책처 등 입법 지원 기관에서 관련된 전문가들을 더 많이 확보하면 좋겠다. 지금은 에너지·산업 등 기존 수석전문위원들이 새로운 트렌드를 학습하면서 겨우겨우 따라가는 것 같다.
△김=에너지가 메인 이슈가 안 되는 이유가 있다. 민생이나 안보 이슈처럼 흑백논리가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전문성을 갖춰야 진영논리에 근거해 마냥 반대하지 않고 서로 논의하면서 접점을 찾아갈 수 있다. 선명한 메시지는 오히려 현실을 왜곡하는 부작용을 낳기 쉽다. 그래서 전문성이 더 필요하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에너지 정책이 갈지자를 그려왔다.
△김=에너지 기본 계획이 다시 부활했으면 한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산업 정책을 펼쳤던 근간에는 에너지가 있었다. 그 당시의 에너지원이던 석탄과 원자력으로 저렴하게 에너지를 공급해서 중화학 산업으로 50년 성장을 이뤘다. 앞으로의 50년 성장을 위해서는 에너지원을 원전으로 가져갈 것인지, 재생에너지로 가져갈 것인지를 논의해 결정해야 한다.
△박=그 지점을 너무 양자택일의 논쟁처럼 끌고가면 안 될 것 같다. 에너지 전환을 연착륙시키는 게 매우 중요하다. 원전이든, 태양광이든, 풍력이든 가장 중요한 건 전력망 확보와 효율적 활용이다. 그리고 양수발전이든, 배터리든 충분한 에너지 저장 기술을 이 시스템에 잘 융합될 수 있도록 시장을 설계하는 것도 필요하다. 국회가 주도해서 논의를 이끌어야 한다.
△김=문재인 정부 때 ‘탈원전’이라는 단어를 쓴 게 패착이었다. 에너지 정책이 그렇게 가다 보니 논란이 됐다. 이재명 정부도 결국 원전의 필요성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긍정적인 부분이다.
△박=문재인 정부도 실질적으로는 탈원전이라기보다는 감(減)원전 정도 한 것이다.
△김=지금은 AI로 인해 안정적 에너지원이 필요하다. 탁월한 제조 능력을 갖춘 원전을 주 에너지원으로 하고 재생에너지를 보조 에너지원으로 가져가자는 게 우리 당의 입장이다. 전력 포트폴리오상에서 원전이 45~50%, 재생에너지가 30~35%, 나머지는 액화천연가스(LNG)나 기타 에너지원으로 충족했으면 좋겠다. 민주당은 재생에너지와 원전의 비율을 비슷하게 가져가자는 시각 같다. 그렇다면 에너지원에 대한 ‘믹스 포트폴리오’에 대한 논의를 해야 한다. 서로의 간극을 좁힐 원칙을 세워놓고 논의해야 한다.
-전기요금 현실화도 필요하지만 기업이 힘들다.
△박='신재생에너지가 확대되면 전기요금이 오른다' 이렇게 단선적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에너지요금이 단기적으로는 오를 수밖에 없다는 건 맞다. 이건 여태껏 우리가 비용으로 지불하지 않았던 송전망 건설, 탄소 비용 등이 얹어지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탄소 비용을 많이 지불할 필요가 없는 에너지를 주력 에너지원으로 삼고 송전망 등을 효율적으로 관리한다면 비용은 장기적으로 낮아진다.
△김=전반적인 전기요금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 에너지는 쓴 만큼 그에 해당하는 비용을 지불하는 게 맞다. 예를 들어 농업용 전기의 경우 요금이 현저히 낮다. 경제학적으로 보면 요금을 일정 수준 올리면 그게 허들로 작용해서 사람들이 전기를 아껴 쓰게 된다. 이런 신호가 기본적으로 필요하다. 지금은 과금 체계가 정상화해야 하기 때문에 일시적으로는 좀 오르는 게 불가피하다.
-선거나 국민 감정을 고려하면 쉽지 않다.
△김=지금 부담하지 않으면 결국 젊은 층이 부담해야 한다. 마치 국민연금처럼 되는 것이다. 지금 기성세대가 일부 부담을 해주는 게 맞다. 긴 호흡으로 주요 산업에 대한 계획을 세운다면 기성세대가 더 부담해서 송전망을 깔고 저장 전력 계획을 세워야 한다.
-송전탑 건설 지연도 심각하다.
△박=송전망은 과학적인 설명과 충분한 의견 수렴이 오랫동안 간과됐다. 과거 석탄발전소 폐지 운동을 하면서 전국에 석탄발전소가 있는 11개 지방자치단체를 다 다녀봤다. 이들 지역에서 공통적으로 제기하는 문제가 송전선이다. 반대하는 주민을 끌고가서 잡아둔 뒤에 집 앞마당에 354㎸(킬로볼트) 송전탑을 세운 경우도 있었다. 절차적으로 법에 따라 순서를 밟아가면서도 주변 지역 주민들에게 충분히 보상해야 한다. 또 송전탑의 영향과 관련해 검증되지 않은 얘기에 대해서는 과학적 근거로 명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게 필요하다.
△김=실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전력 송전망과 전자파는 크게 관련이 없다고 설명하고 과학적인 자료 제공도 많이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주민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런 과학적인 사실을 더 널리 알리는 것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해야 할 일이다.
-이재명 정부의 탄소 감축, 친환경차 보급 목표 등이 너무 앞서간다는 우려가 있다.
△김=목표 달성의 부담을 기업에 전가해서 달성을 못하면 페널티를 주는 식으로 하다 보니 기업의 반발이 나오는 상황이다. 친환경차를 목표치만큼 보급하지 못하면 돈을 내라. 이런 걸 기업 입장에서는 페널티라고 느끼는 거다.
△박=정책적 의지를 분명히 보여줘야 이에 맞춰 시스템이 바뀌는 부분도 있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문제들이어서 과감한 목표를 세울 수밖에 없다. 오히려 너무 미온적이라고 말하는 목소리도 있다.
△김=기업들이 ‘안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기업들이 시스템을 바꾸려면 비용이 많이 든다. 예전에 투자를 했으면 괜찮았겠지만 이제 와서 투자하려니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이다. 그래서 정부에서 어느 정도 마중물로 지원을 해줬으면 좋겠다. 지금까지 목표만 정하고 예산으로 뒷받침하지 않아서 목표 달성을 못했던 부분도 있다. 연구개발(R&D) 예산 그리고 실용화 기업에 지원할 수 있는 예산이 필요하다. 석탄에 최적화된 기업을 전환하기 위해 마중물을 지원해야 한다. 대기업들이 온실가스를 빨리 줄일 수 있도록 전환 금융도 같이 지원해줘야 한다.
△박=예를 들어 포스코 같은 기업은 석탄을 활용해 철강을 뽑아낸다. 그런데 수소를 활용하면 탄소 배출이 없어질 수 있다. 정부 지원을 얘기했는데 지난 윤석열 정부에서 후퇴했다. 공격적인 탄소 감축 목표를 세웠다면 그에 맞게 R&D 지원도 늘어나야 한다.
-이재명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조언을 한다면.
△김=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할 때 원전 활용에 대해서 상당히 미온적이었다. 그런데 최근 인터뷰를 보면 좀 달라졌다. ‘한국은 사실상 에너지섬’이라며 ‘안정적이고 값싼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원전 활용은 불가피하다’고 인정했다. AI 산업에 대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한다. 산업 경쟁력은 일자리이기도 한 만큼 중요하다. 또 가격 수용성과 환경적인 측면, 이 세 가지를 같이 고려해주셨으면 좋겠다.
△박=의원님도 원전을 늘리는 것 자체가 지상 과제인 것은 아니지 않나.
△김=그렇다. 각각 맥스(한계치)가 있을 거다. 재생에너지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박=믹스 비율을 정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과제다. 우리 정부가 할 일은 앞으로 정권이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고 꾸준히 갈 수 있는 틀거리를 잘 만드는 거다. 효율적인 전력 시장이 그 역할을 해야 한다. 탄소 비용이나 송전망 비용 등이 제대로 반영돼서 시장에서 가격 결정이 돼야 한다. 고준위 방폐장도 제대로 지어서 원전 비용에 반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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