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사들이 역대급 수주 호황에도 불구하고 협력사를 구하지 못해 중국으로 일감을 보내고 있다.
장기간 불황으로 조선업에 저임금 구조가 고착화된 데다 주52시간 근로제로 야근·특근을 통한 수익 보전마저 어려워지면서 조선소들의 인력난이 심화됐기 때문이다. 업계는 이 같은 인력난이 해소되지 않으면 국내 조선업이 수주 호황에 따른 일자리 확대와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낙수 효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329180)은 지난해 8월 해외 에너지 기업으로부터 6600억 원 규모에 수주한 반잠수식 원유생산설비(FPS)의 생산을 시작하면서 일부 물량을 중국 업체에 맡기기로 했다. 선체 물량의 경우 중국의 유력 조선·해운 기업인 중국원양해운(COSCO)이 담당한다. 국내에 하청을 맡길 협력사들이 부족해 해외 경쟁사에 어쩔 수 없이 일감을 주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국내 주요 협력사들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선박 건조에 몰리면서 FPS 같은 해양 물량을 맡길 협력사들은 ‘씨가 말랐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삼성중공업(010140)도 최근 중국 업체에 조선 블록 물량 일부를 맡기기로 했다. 삼성중공업은 현재 중국 영성유한공사를 운영하며 블록을 생산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다른 현지 협력사를 구해 블록 일감을 주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소의 협력사 부족은 만성적인 인력난과 맞닿아 있다. 한국조선해양(009540)플랜트협회에 따르면 올 9월 조선 업계 전체 종사자는 9만 3038명으로 2014년(20만 3441명) 대비 54.5% 감소했다. 장기간 불황으로 인한 저임금 구조 고착화와 주52시간제 확대가 맞물리면서 인력 유출이 가속화됐다.
일감은 늘었지만 협력사 수 감소와 인력 이탈 등으로 국내 제조에 차질을 빚는 것은 물론 수주 물량을 중국에 넘겨주는 사태까지 초래되고 있는 것이다.
김영훈 경남대 조선해양시스템공학과 교수는 “납기 지연은 막아야 하니 단기적으로는 수도권으로 떠난 용접공들을 불러모으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중장기적으로는 국내 신규 인력 양성에 공을 들이고 해외 인력 유치에도 국가가 직접 나서 규모를 키우고 질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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