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사상 초유의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한 뒤 우리나라 수출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산항의 물동량이 평시 78% 수준까지 회복됐다. 경기 침체가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국민 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입히는 민주노총 화물연대본부를 향한 여론이 악화하자 ‘정치 파업’의 동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 거부 이후 25%(지난달 28일)까지 떨어졌던 부산항의 컨테이너 반출입량은 이날 오전 기준 평시 대비 78% 수준으로 회복됐다. 전국 12개 항만 컨테이너 반출입량 역시 같은 기간 21%에서 64%까지 올랐다. 김수상 국토부 교통물류실장은 “보통 부산항이 (집단 운송 거부 참여도가) 제일 심한 편이었다”며 “반출입량이 78%까지 올랐다는 것은 (비조합원 참여 외에도) 마음을 바꾼 조합원이 많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최악의 경제 상황에서 명분도, 실리도 없는 ‘정치 파업’을 향한 여론이 악화하자 동력이 떨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달 28일부터 3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화물연대 및 지하철노조 파업 관련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자제해야 한다’는 응답이 58%에 달했다. ‘노조의 정당한 단체행위이므로 문제될 것이 없다’는 의견은 34%에 그쳤다. 특히 중도층에서 ‘자제해야 한다’는 답변이 56%, ‘문제될 것 없다’는 응답이 36%로 부정적 의견이 우세했다.
서울 지하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노조가 하루 만에 파업을 철회한 데도 이런 상황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전날 퇴근 시간대(오후 6~8시) 운행률이 평상시의 85.7%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열차 지연이 잇따르자 이용자들의 불만이 폭주했기 때문이다.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 거부가 ‘주유 대란’으로 국민에게 직접 피해를 주고 있는 점도 조합원들의 추가 복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기준 전국 품절 주유소는 33개소로 전일 대비 10개소가 늘었다. 정부가 자가용 탱크로리 유조차의 유상 운송을 임시 허가하고 국방부 보유 탱크로리 5대 및 컨테이너 차량 24대를 긴급 투입했으나 휘발유 등 품절을 해소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평시에는 약 3000여 대의 탱크로리 유조차가 유류 제품을 운송한다.
국민 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주는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 거부는 노무현 정부에서도 강경 대처했던 사안이다.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문재인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화물연대가 부산항 수출입을 막아 주장을 관철하려는 방식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화를 많이 내고 단호한 대응을 지시했다”며 “두세 달 후 진행된 2차 파업은 1차 파업과 달리 무리한 파업이라 정부도 법과 원칙대로 단호하게 대응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적었다.
국토부는 시멘트 분야 업무개시명령 발동 사흘째인 이날 오전 10시까지 운송을 거부하는 차주 765명에게 업무개시명령서를 발부했다. 전날까지 445명에게 명령서를 전달한 데 이어 이날 320명을 추가했다. 업무개시명령에 따른 전체 조사 대상자 2500여 명 중 30.6%에 해당한다. 주소지가 확보된 차주 173명에게는 직접 명령서를 우편 송달했고 운송사가 운송을 거부한 29개 업체에는 회사 측에 업무개시명령서를 발부했다.
국토부는 이번 주말에 집단 운송 거부 사태가 분수령을 맞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운송사가 업무를 거부했던 29개 업체 중 9개 사는 이날 오전까지 운송을 재개했거나 재개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태다. 김 실장은 “거의 모든 운송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1일 마치고 2일이면 업무개시명령서 우편 발송이 일단락될 것”이라며 “주말에는 (파업에) 집결한 인원 수 자체가 떨어지는 만큼 주말을 계기로 많이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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