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간 반도체 패권 전쟁에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의 중국 매출이 미국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두 회사의 3분기 중국 매출은 4조 원 이상 감소했지만 미국 시장 매출은 3조원 가까이 상승했다.
23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두 회사의 3분기 중국 매출 비중은 각각 9.64%, 25.07%에 그쳤다. 이는 2분기 13.41%, 30.46%보다 각각 3.77%포인트, 5.39%포인트 줄어든 수준이다.
삼성전자의 중국 매출 규모도 2분기 10조 3511억 원에서 3분기 7조 4045억 원으로 2조 9466억 원이나 감소했다. SK하이닉스는 같은 기간 4조 2063억 원에서 2조 7533억 원으로 1조 4530억 원 줄었다. 3개월간 증발한 두 회사의 중국 매출 총합은 4조 3996억 원에 달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매출액에 스마트폰·가전 등 다른 제품까지 포함했으나 중국 매출은 대부분 반도체가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반대로 두 회사의 미국 매출 비중과 금액은 크게 늘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3분기 미국 매출 규모는 2분기보다 각각 2조 724억 원, 9201억 원 급증했다. SK하이닉스는 이 기간 미국 매출의 비중도 51.32%에서 56.16%로 뛰어올랐다. 삼성전자의 경우 미국 매출 비중이 42.07%에서 39.60%로 소폭 감소했지만 지난해 3분기(36.59%)와 비교하면 3.01%포인트 상승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최근 중국에서 미국으로 매출처를 급격히 옮기는 것은 양국 간 반도체 경쟁에 따른 위험 부담을 미리 줄이려는 전략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최근 미국이 중국산 반도체에 잇단 규제 조치를 들이대면서 중국 내 생산량을 낮추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모두 미국이 부여한 1년간의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 심사 유예기간 동안 중국 의존도를 어떻게든 낮춰야 하는 입장이다.
중국의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려는 조짐을 보이는 부분도 두 회사의 탈(脫)중국 전략에 힘을 싣는 요인으로 꼽힌다. 현재 중국에서는 주요 도시 봉쇄, 부동산 경기 악화 등이 겹치면서 반도체 수요가 급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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