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이 이번 주 4대 그룹 중 처음으로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한다. 지난해 말 인사에서 주요 경영진을 대폭 교체한 데다 구광모 회장이 그룹 총수 자리에 오른 지 만 4년이 넘으며 체제가 안정화되고 있는 만큼 올해 사장단 인사에서는 안정을 택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그룹 차원의 신사업 강화를 위해 40대의 젊은 임원들을 다수 발탁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LG그룹은 24일께 사장단 및 임원 인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구 회장은 주요 계열사들의 경영 환경을 점검하고 미래 전략을 논의하는 사업 보고회를 진행 중이다. 사업 보고가 마무리되면 계열사별 사장단과 임원 인사를 함께 낼 것으로 예상된다.
LG그룹은 현재 4명의 부회장이 각각 지주·배터리·화학·유통을 이끌고 있다. 이 중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을 각각 맡고 있는 신학철 부회장과 권영수 부회장 체제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연임에 성공한 신 부회장은 글로벌 석유화학 시황이 크게 악화한 상황에서도 첨단 소재, 배터리 등 신성장 동력 중심의 사업 강화를 통해 견조한 수익을 냈다. 권 부회장이 이끄는 LG엔솔은 올 3분기 누적 매출 17조 610억 원, 영업이익 9763억 원을 기록했다. 올해 처음으로 조 단위 영업이익이 확실시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권 부회장이 지난해 ㈜LG 최고운영책임자(COO)에서 LG엔솔 최고경영자(CEO)로 옮긴 지 1년밖에 되지 않은 데다 실적도 그 어느때보다 좋은 만큼 올해 인사에서는 큰 변동이 없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LG전자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해 ㈜LG로 옮긴 권봉석 부회장도 자리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LG생활건강은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40% 넘게 하락하는 등 실적 악화에 빠지며 차석용 부회장의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LG그룹의 중심 계열사인 LG전자는 지난해 권봉석 부회장이 지주사로 이동하고 조주완 사장이 승진하는 등 큰 폭의 변화가 있었던 만큼 올해는 안정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조 사장의 임기는 2025년 3월까지다.
대부분의 주요 계열사가 소폭 인사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지만 LG디스플레이의 경우 쇄신을 택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LG디스플레이가 올해 3분기까지 1조 2000억 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좀처럼 반등의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만큼 이번 정기 인사에서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사장단 가운데 부회장으로 승진할 수 있는 후보로는 정철동 LG이노텍 사장이 거론된다. LG이노텍은 카메라 모듈 경쟁력을 바탕으로 올해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해 연임에 성공한 정 사장은 글로벌 경기 악화 속에서도 4년간 LG이노텍의 꾸준한 실적 성장을 이끌어온 것으로 평가받는다.
부사장급 이하 임원 인사에서는 큰 폭의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LG그룹이 추구하는 고객 가치 중심의 경영과 디지털 혁신, 신사업 중심의 체질 개선 등을 주도할 젊은 인재를 대거 승진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1980년대생 임원들도 발탁될 가능성이 있다.
SK그룹은 다음 달 1일 전후로 정기 임원 인사를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 SK그룹 역시 장동현 SK㈜ 부회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 박정호 SK스퀘어·텔레콤·하이닉스 부회장이 자리를 유지하며 안정을 추구할 것으로 보인다. 2013년부터 SK E&S 대표를 맡고 있는 유정준 부회장도 2024년 3월까지 남은 임기를 채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주요 계열사 CEO와 핵심 경영진 대부분 유임 가능성이 크다.
다만 SK그룹이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배터리·바이오·반도체 등 이른바 BBC 사업에서 젊은 인재를 발탁할 가능성도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앞서 CEO 세미나에서 “경영 환경이 어렵지만 비즈니스 전환 등을 통해 새로운 해법을 찾으면서 위기 이후 맞게 될 더 큰 도약의 시간을 준비하자”고 당부하는 등 위기 속 혁신을 강조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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