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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과 담판’ 손정의 방한…ARM 규제 '묘책' 찾을까 [뒷북비즈]

■ARM 빅딜 4대 쟁점은

① 인텔·퀄컴·SK 등과 컨소시엄 구성 여부

② 중국 견제 피할 합종연횡책 모색

③ 일부 지분으로 가능한 경영권 범위

④ 이달 회장 취임 계기 될 가능성

이재용(왼쪽) 삼성전자 부회장과 손정의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이 지난 2019년 회동해 만찬장소로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을 찾은 손정의(일본명 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 회장이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과 영국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 암(ARM) 매각 관련 전격 담판에 나선다. 시장에서는 이 부회장이 인텔·퀄컴·SK하이닉스(000660)와 연합 전선을 구축할 가능성, 일부 지분 투자를 통해 경영에 참여할 가능성, 인수 논의 자체를 무산할 가능성 등 여러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ARM 인수를 확정할 경우 이는 곧 이 부회장의 회장 취임과 ‘뉴삼성’ 선포의 기점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3일 재계에 따르면 손 회장은 지난 1일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한국에 입국했다. 업계에서는 그가 약 일주일 간 이 부회장 등 한국의 재계 인사들을 두루 만나 ARM 인수 의향을 타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손 회장 입장에서는 소프트뱅크가 운용하는 비전펀드가 최근 기록적인 손실을 내고 있어 ARM을 서둘러 팔 수밖에 없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비전펀드는 올 2분기에만 230억 달러(약 32조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달 21일 유럽·중남미 출장 귀국 길에서 “손 회장이 서울에 올 것”이라며 만남 사실을 이례적으로 먼저 알렸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손 회장도 같은 날 “이번 방문에 대한 기대가 크다. 삼성과 ARM 간 전략적 협력에 관해 논의할 예정”이라며 이를 수긍했다.

SK(034730)와도 맞손 잡나=손 회장과 이 부회장 간 담판을 둘러싼 업계의 최대 관심사는 두 사람이 경쟁당국들의 심사 장벽를 피하는 묘안을 과연 찾아내느냐 여부다. 재계에서는 각국의 반독점 규제 장벽을 감안할 때 삼성전자가 인수전에 단독으로 뛰어들 수는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ARM은 삼성전자·애플·퀄컴 등이 개발·판매하는 모바일 기기 칩 설계 부문의 90%가량을 점유하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지난 2020년에도 ARM을 미국 엔비디아에 매각하려다가 미국·영국·유럽 경쟁 당국의 심사 문턱을 넘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대신 인텔·퀄컴·SK하이닉스 등에 손을 내밀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컨소시엄 규모가 클수록 반독점 지위에 대한 의심을 쉽게 씻을 수 있는 까닭이다. 일각에서는 손 회장이 이번 방한 기간 최태원 SK그룹 회장과도 회동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② 중국 견제 피할 수 있나=컨소시엄을 구성해도 물론 걸림돌은 있다. 바로 중국 경쟁당국의 견제다. 미중 갈등이 지금처럼 심화하는 상황에서 한국·미국·일본 기업 중심의 컨소시엄을 중국이 순순히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란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국내 4대 그룹의 한 최고경영자(CEO)는 “컨소시엄에 중국 기업을 끼워넣지 않으면 중국에서 수긍하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 기업을 넣게 되면 반대로 미국이 거부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③ 지분 일부 인수로 경영 참여할 수 있나=각국의 규제를 가장 손쉽게 피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삼성전자가 ARM 지분 일부만 직접 인수하는 시나리오가 꼽힌다. 이 방안은 미국 나스닥 시장의 부진으로 ARM을 당장 상장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손 회장이 급전을 확보하는 가장 빠른 길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 부회장이 ARM 이사회에서 일부 지분만으로 경영 주도권을 쥘 수 있느냐다. ARM의 현재 가치가 50조~100조 원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자칫 수십조 원을 쓰고도 단순 지분 투자자로만 남을 위험이 있다는 얘기다. 이 경우 이 부회장이 제시한 ‘2030 시스템 반도체 1위 비전’에도 큰 도움이 안 될 수 있다. 이 부회장도 이를 의식한 듯 지난 21일 “(손 회장이 ARM 인수와 관련해) 무슨 제안을 하실 것 같은데 잘 모르겠다”고 말을 아꼈다. ARM의 지분은 소프트뱅크와 소프트뱅크 비전펀드가 75%, 25%씩 보유하고 있다.

재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사회를 통해 어설프게 경영에 참여하는 인수합병(M&A) 방식은 재계에서 보통 선호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④ 회장 취임 기점 되나=재계에서 주목하는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ARM 인수가 이 부회장의 회장 취임과 ‘뉴삼성’ 선포의 신호탄이 될 지 여부다. 시장에서는 이 부회장이 이르면 이달 그룹 콘트롤타워 조직 신설, 사업 구조조정, 인적 쇄신 등 고(故)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에 준하는 혁신안을 꺼내들 것으로 보고 있다. 그 시점은 특정 날짜보다는 M&A 등 큰 경영적 결단이 기준점이 될 수 있다는 추정이 나온다. 실제로 삼성의 전자·금융계열사 사장단 40여 명은 지난달 26일 경기 용인 인재개발원에서 2년여 만에 사장단 회의를 열었다. 2017년 미래전략실(미전실) 해체 이전까지 유지하던 ‘수요 사장단 회의’를 연상케 하는 모임이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오찬에 직접 참석해 경영 혁신 발표가 임박했음을 암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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