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화장품 브랜드 ‘미샤'를 운영하는 에이블씨엔씨(078520)가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22일 최소 ‘자이언트 스텝’을 예고해 자본시장이 크게 위축된 상황이어서 매각 성사가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투자은행(IB) 업계는 미샤가 새 주인을 찾으려면 IMM PE가 상당한 손실을 감수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9일 IB 업계에 따르면, IMM PE는 최근 에이블씨엔씨 매각 주관사로 크레디트스위스(CS)와 신한금융투자를 선정하고 매각 작업을 본격화 하고 있다.
매각 대상은 IMM PE가 특수목적회사(SPC)를 통해 보유하고 있는 에이블씨엔씨 지분 59.2%다. 에이블씨엔씨는 코스닥 상장사로 지난 17일 기준 시가총액은 1714억 원이다. 매각 추진 소식에 주가가 10% 가량 올랐지만 IMM PE가 그동안 투자한 자금에는 크게 못미치는 몸값이다.
IMM PE는 에이블씨엔씨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2017년 서영필 전 에이블씨엔씨 회장이 보유한 지분 25.5%를 1882억 원에 인수했다. 이후 공개매수와 유상증자에 나서 2039억 원을 추가로 투입하면서 지분율이 59.2%까지 높아졌다. 이 과정에 신한은행과 신한금융투자가 인수금융을 통해 1600억 원을 지원했고, IMMPE와 공동투자자인 IMM인베스트먼트 펀드에는 우정사업본부·국민연금·과학기술인공제회 순으로 투자규모가 컸다. 지분투자자인 우정사업본부 등은 이미 투자금을 손실처리했고, 신한은행 등은 최대 1년 여의 시간을 두고 매각을 통해 최대한 대출금을 회수할 계획이다.
IB업계는 최근 화장품 시장 동향을 볼 때 IMM PE가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하더라도 미샤 매각가로 현재의 시총을 넘어서는 금액을 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화장품 시장이 코로나19 쇼크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데다 시중 금리가 급격히 올라 불확실한 사업을 사들이는 데 베팅하려는 투자가를 찾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실제로 금융투자업계는 국내 화장품 시장의 대표주자인 LG생활건강(051900)과 아모레퍼시픽(090430)조차 하반기에도 실적 부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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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의 한 관계자는 “금리 상승과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현금이 왕’으로 불리는 시기에 미샤에 시가총액 이상의 자금을 투자할 기업은 없을 것” 이라고 단언했다. 일각에선 미샤의 매각이 성공하려면 가격이 1000억원 안팎에 그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예상도 내놓고 있다.
미샤는 2000년 설립 후 중저가 화장품 열풍을 일으키며 한 때 전국 매장 수가 700개에 육박할 정도로 성장했다. 하지만 공교롭게 IMM PE에 인수된 이후 실적이 급전직하의 길을 걸었다.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 영향을 받으면서 최대 고객인 중국인들의 국내 입국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2017년 112억 원이던 영업이익은 2019년 18억 원까지 감소했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여파로 224억 원 규모의 영업 적자를 냈다. 매출도 2017년 3732억 원에서 지난해 2629억 원으로 1000억 원 넘게 줄었다.
IMM PE는 에이블씨엔씨 이후 미팩토리, 지엠홀딩스 등 화장품 회사를 인수해 돌파구를 모색했으나 별다른 시너지를 내지 못했다. 이후 오프라인 사업보다는 온라인 사업에 초점을 맞춰 사업을 재편하고 있다.
미샤는 매장 수를 300여 개로 줄이고 사업 효율화를 도모하면서 올 해 1분기 영업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2분기에는 24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IMM PE는 M&A시 몸값 산정의 기준이 되는 ‘법인세·이자 등 상각전 영업이익(EBITDA)’이 올해 200억 원 수준까지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IMM PE는 매각 주관사를 선정하기 전부터 복수의 화장품 기업에 매각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저가 라인업을 강화하려는 프리미엄 제품 중심의 화장품 기업과 뷰티 사업을 확장하려는 유통업체 등이 인수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다만 IMM측은 지난해 투자 기업인 현대LNG해운을 매각하려다 적정 가격을 제시하는 인수측을 찾지 못해 매각을 철회한 경험이 미샤 매각에서도 재연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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