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와 미국계 사모펀드 운영사 론스타 간 분쟁의 판정 결과가 나오면서 분쟁의 계기가 됐던 외환은행 인수 매각 과정이 또다시 주목 받고 있다. 분쟁이 제기된 지 10년,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한 지 약 20년 만이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해 되팔기까지 헐값 매각, 먹튀 논란 등을 일으켰고 이 과정에서 미숙한 한국 자본시장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다.
이번 사태는 2003년 론스타가 외환은행의 지분 51%를 1조 3834억 원에 사들이면서 비롯됐다. 당시 IMF 외환위기 충격에 카드 대란이 겹치면서 외환은행을 선뜻 인수하겠다는 국내 금융회사가 없었다. 이때 유일하게 인수 의사를 밝힌 게 론스타다.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인수한 뒤 다음해 외환카드를 흡수 합병했다.
문제는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한 직후부터 쏟아졌다. 투기자본감시센터 등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론스타의 대주주 자격을 두고 적법성 논란이 제기됐다. 당시 은행법에 따르면 금융자본만이 은행을 인수할 수 있었다. 단 국제결제은행(BIS)이 권고하는 정상 자기자본비율이 8% 미만인 부실 금융사를 인수할 때는 예외로 간주됐다. 금융 당국은 외환은행이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되지 않았으나 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6.16%로 추정돼 부실 상태로 보고 론스타의 인수를 승인했다. 금융 당국이 졸속·불법으로 외환은행을 매각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데 이어 2006년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되팔겠다는 방침을 발표하면서 ‘먹튀’ 논란까지 더해졌다.
사정 당국이 전방위적인 조사에 착수한 것도 이 때문이다. 감사원은 2006년 감사를 진행해 론스타가 인수 자격 없이 과장된 부실 규모로 인수했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이를 바탕으로 검찰은 외환은행 매각을 추진한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과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을 배임 등 혐의로 기소했다.
그 사이 론스타는 국민은행을 우선협상자로 선정하고 매각을 추진했으나 감사원·검찰의 조사로 협상이 표류된 끝에 계약을 파기했다. 2007년 9월에는 홍콩상하이은행(HSBC)에 매각하기 위해 계약까지 체결했으나 금융 당국의 승인이 나지 않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덮치면서 HSBC는 인수를 포기했다.
결과적으로 외환은행의 매각이 이뤄진 것은 2012년 1월 론스타가 하나금융지주와 계약을 성사시키면서다. 앞서 2010년 대법원은 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전 행장과 변 전 국장 등에 최종적으로 무죄 판결을 내렸다. 반면 2011년 론스타가 외환카드를 헐값에 인수합병하기 위해 ‘허위 감자설’을 퍼트려 주가를 조작했다는 혐의를 두고 유회원 전 론스타 대표에게 3년 징역형을, 론스타펀드에 250억 원의 벌금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금융 당국은 론스타에 외환은행 지분 41%를 처분할 것을 명령했다. 은행법상 대주주가 금융 관련 법령으로 처벌 받으면 10%를 넘게 주식을 보유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결국 론스타는 하나금융에 지분 51%를 3조 9157억 원에 넘겼다. 1조 3834억 원에 외환은행을 산 론스타가 배당 및 매각 이익으로 거둔 차익만 4조 7000억 원으로 추산됐다.
국내에서는 론스타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으나 정작 론스타는 매각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해 손해를 입었다며 2012년 11월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의 규모만 약 46억 8000만 달러였다. ICSID는 2013년 5월 사건을 심리할 중재 재판부를 구성하고 심리 절차를 진행했지만 의장 중재인 사임 등의 이유로 판정이 지연됐다. ICSID는 6월에서야 최종 절차 종료를 선언했고 이날 ‘한국 정부는 론스타 측에 2억 1650만 달러와 2011년 12월부터 완제일까지 한 달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에 따른 이자를 배상하라’고 판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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