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들어 외국인 투자금이 모처럼 인도네시아·인도·태국 채권시장으로 순유입됐다. 미국의 7월 물가 상승률 둔화로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할 것이라는 관측이 위험자산 투자 심리를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24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전 세계 펀드에서 인도네시아 채권시장에 이달 들어 14억 달러가 순유입됐다고 전했다. 6개월 만의 순유입이다. 인도에도 6억 8000만 달러가 흘러 들어가 7개월 만에 순유입을 기록했고 태국 채권시장에서도 5월 이후 3개월 만에 외국인 투자금이 증가세를 나타냈다.
이들 나라에 대한 투자금 유입은 8월 상반기에 집중됐다. 이달 10일 미국의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8.5%로 전월 대비 둔화하자 물가가 정점을 찍었다는 관측이 확산되고 연준의 긴축 속도 조절 기대감도 고조된 시기다. 블룸버그는 “이후 연준 인사들이 매파적 발언을 쏟아냈지만 신흥국에 대한 투자 흐름을 완전히 되돌리지는 못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들 나라의 통화정책이 다른 나라에 비해 비둘기파적이라는 점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인플레이션과 경제 성장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려는 노력이 채권시장에서 매력도를 높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인도네시아는 세계적 금리 인상의 물결 속에서도 23일에야 기준금리로 활용되는 7일물 역 환매채권(RRP) 금리를 3.75%로 0.25%포인트 올렸다. 2018년 11월 이후 3년 9개월 만의 인상이었다. 태국 역시 이달 10일에서야 2018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금리를 0.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블룸버그는 앞으로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가 신흥국 자금 유출입을 좌우하겠지만 이들 국가의 물가가 정점을 찍었다는 신호 역시 시장에서 중요한 기준이 될 것으로 봤다. 물가 정점을 확인한 중앙은행의 긴축 속도가 더 느려지면 그만큼 유동성이 풍부해져 금융시장이 강세를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인도의 7월 물가 상승률은 6.7%로 4월에 7.8%를 찍은 후 3개월 연속 둔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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