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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0%대 성장"…K반도체 경고음 더 커졌다 [뒷북비즈]

■ WSTS 글로벌시장 전망 수정…한국 수출 '초비상'

올 성장률도 8.2%로 '반토막'

내년은 3.4 → 0.6% 대폭 하향

반도체시장 수출의 20% 차지

무역수지 '역대 최악' 우려도

삼성전자 D램 모듈. 사진제공=삼성전자




한국의 핵심 수출 상품인 메모리반도체가 내년 성장률 ‘0%대’에 진입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나왔다.

올해 메모리반도체 성장률 전망도 두 달 사이에 반 토막 나면서 반도체 시장의 겨울이 예상보다 빨리 찾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인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는 올해와 내년 세계 반도체 시장 전망치를 수정·발표했다. 올 6월 발표한 반도체 시장 수정 전망치를 다시 한 번 계산해 발표한 것으로, 올해 반도체 전체 시장 성장률(전년 대비)을 16.3%에서 13.9%로 하향 조정했다. 내년 전망치 역시 5.1%에서 4.6%로 수정했다.

반도체 분야별로 보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메모리반도체의 낙폭이 가장 컸다. 6월 전망에서 18.7% 성장을 예상했던 WSTS는 두 달 만에 8.2%로 전망치를 대폭 내렸다. 내년은 더욱 심각하다. 내년 메모리반도체 성장률 전망치는 0.6%까지 낮아지면서 모든 지역·분야별 전망 중 유일하게 ‘0%대’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됐다. 여기에 D램·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가격도 급락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경영 환경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 대만 시장조사 업체 트렌드포스의 예측에 따르면 3분기 D램 가격은 전 분기 대비 최대 18%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전체 수출의 20%가량을 차지하는 반도체 시장이 주춤하면서 국내 수출도 악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관세청 등에 따르면 이달 1~20일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7.5% 하락한 62억 7100만 달러다. 전체 수출액 중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 또한 20.9%에서 18.7%로 2.2%포인트 낮아졌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반도체 수출액이 하락세로 돌아선 데다 천연가스 등 글로벌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며 우리나라는 올해 무역 부문에서 ‘역대 최악’의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조중휘 인천대 임베디드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인플레이션 심화, 금리 인상 등 글로벌 경기 이슈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의 영향으로 메모리 수요가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며 “데이터센터 등 기존 정보기술(IT) 분야의 메모리 수요가 정체를 보이고 있는데 이를 타개할 새로운 메모리 시장이 창출될 때까지는 당분간 불황이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韓주력 D램·낸드 가격만 급락…"이달부터 반도체 수출도 역성장"

국내외 반도체 업계에서 올 하반기 이후 메모리반도체 시황이 크게 꺾일 것이라는 예상이 속출하면서 한국 업체들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우리 기업들이 약세를 보이는 비메모리반도체 업황은 굳건한 상황에서 주력 제품인 D램·낸드플래시 등의 가격만 급락하고 있다. 이르면 이달부터 반도체 수출도 역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곳곳에서 나온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의 반도체 시장 성장률 전망치 하향은 사실상 메모리반도체가 주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별 반도체 품목 가운데 낙폭이 가장 눈에 띄게 컸다. WSTS는 6월만 해도 올해와 내년 연간 메모리반도체 시장 성장률을 18.7%, 3.4%로 봤으나 이달에는 이를 각각 8.2%, 0.6%로 낮췄다.

이런 가운데 외려 중앙처리장치(CPU) 등 컴퓨팅 목적의 고성능 비메모리반도체(로직) 시장 전망치는 올해 20.8%, 내년 7.3%에서 올해 24.1%, 8.1%로 더 높여 잡았다. 또 다른 비메모리반도체인 센서 부문의 올해와 내년 시장 전망치도 15.7%, 3.6%에서 올해 16.6%, 내년 3.9%로 상향했다. 차량에 주로 적용하는 아날로그반도체 시장도 올해 19.2%, 내년 5.7%에서 올해 21.9%, 내년 6.4%로 추가 성장할 것으로 봤다. 한국이 주도하는 메모리반도체 시장만 유독 불황을 예상한다는 얘기다.



실제로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세계 D램 시장 규모는 지난해 3분기 262억 3900만 달러(약 34조 2287억 원)로 정점을 찍은 뒤 올 1분기 242억 4800만 달러(약 31조 6315억 원)로 꾸준히 감소했다. 올 1분기 삼성전자 D램 매출도 지난해 4분기보다 900만 달러(약 117억 원) 줄어든 103억 4300만 달러(약 13조 4769억 원)를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 115억 3000만 달러(약 15조 236억 원)에 이른 후 반년째 줄었다. D램 부문 세계 2위 업체인 SK하이닉스의 1분기 D램 매출도 전 분기보다 8억 7100만 달러(약 1조 1366억 원) 줄어든 65억 5900만 달러(약 8조 5594억 원)로 집계됐다.

대만 시장조사 업체 트렌드포스는 나아가 3분기 소비자용 D램 가격이 2분기보다 13∼18%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8~13%가량 떨어질 것으로 봤던 7월 예상치를 한 달 만에 5%포인트나 더 낮췄다. 트렌드포스는 4분기 하락 전망치도 당초 0∼5% 수준에서 3%포인트 정도 더 내렸다. 소비자용 D램은 셋톱박스와 스마트 TV, 인공지능(AI) 스피커, 사물인터넷(IoT) 등에 주로 쓴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7월 한 달간 PC용 D램 범용 제품의 고정 거래 가격은 이미 6월보다 14.0% 떨어졌다. 메모리카드·USB향 낸드플래시 범용 제품의 고정 거래 가격도 6월보다 3.8% 하락했다.

트렌드포스는 “한국 제조 업체들이 유통 업체와 고객의 구매를 촉진하기 위해 가격 타협 의지를 높이면서 가격이 꾸준히 하락했다”며 “소비자용 D램 가격은 4분기에 3∼8% 더 낮아질 것이고 지속적인 하락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조사 업체 IC인사이츠는 6월 전 세계 반도체 집적회로(IC) 판매량도 5월보다 줄었다고 최근 발표했다. 6월이 신학기 가전, IT 수요가 많은 달임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부진이었다. 그간 6월 반도체 판매량 증가율이 가장 낮았던 시점은 1985년의 1%였다.

글로벌 경기 둔화 국면에서 메모리반도체 시장이 급격히 움츠러드는 것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메모리 반도체 업황 주기가 본격적인 하락 국면으로 진입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국의 주요 도시 봉쇄로 인한 물류난 등이 강력한 추가 악재로 작용했다. 세계적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금리 상승,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수요 감소, 경기 둔화 등 IT 제품 시장 위축도 가격 하락에 영향을 줬다.

업계 안팎에서는 공급 과잉과 재고 증가 문제가 올 하반기를 지날수록 점점 더 심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기업 분석 연구소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 상반기 재고 자산은 지난해 같은 기간 19조 4761억 원에서 32조 7531억 원으로 68.2% 늘었다. SK하이닉스의 재고 자산은 8909억 원에서 2조 3159억 원으로 160.0%나 증가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미 메모리반도체 시장을 수성하는 상황에서 TSMC가 선두 자리를 지키는 비메모리 부문까지 탈환하기가 만만치 않다”면서도 “우리 기업들이 메모리 불황기를 극복할 안정적인 수익처, 미래 성장 동력 확보 차원에서 사업 다각화는 꾸준히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조만간 반도체 수출까지 흔들릴 것이라는 관측도 힘을 얻는다. 지난달까지 25개월 연속 증가율 ‘플러스’를 기록했던 반도체 수출액이 이달 ‘마이너스’로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반도체 수출 증가율은 지난달 2.1%를 기록하며 2020년 6월 이후 이미 최저치를 기록한 바 있다. 4월(16.0%) 이후 5월(14.9%), 6월(10.7%), 7월(2.1%) 등 넉 달 연속 하락세다. 올해 역대 최대 수준의 무역 적자 기록을 막을 최후의 방파제, 반도체마저 무너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은 “반도체 등 핵심 분야에서 초격차를 유지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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