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모두 하락했습니다. 유럽의 경기침체 우려가 커진 가운데 투자자들이 잭슨 홀 미팅에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어떻게 나올지를 계속해서 저울질했는데요.
나스닥이 0.0022% 내린 것을 비롯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각각 0.22%, 0.47% 떨어졌습니다. 앞서 월가의 매출 전망을 밑돈 줌은 이날 16.54% 폭락했는데요.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이날 한때 연 3.07%선까지 올라갔다가 신규 주택판매 건수 급감과 유럽 불안에 3% 밑으로 내려왔습니다. 이후 다시 상승하기도 했는데요.
급격한 주택시장 둔화가 적절한 경기둔화와 긴축속도 조절, 연착륙으로 이어지면 좋겠지만 모든 일이 딱딱 이뤄지지는 않습니다. 유럽을 시작으로 다시 시장에서 경기침체 얘기가 조금씩 나오고 있는데요. 오늘은 유럽 상황과 기준금리, 증시 전망 등을 살펴보겠습니다.
“유럽 PMI 두 달 연속 50 밑돌아 위축”…“美 신규 주택판매 -12.6% 집값 10년 만 첫 하락도”
우선 유럽 상황부터 알아보죠. S&P 글로벌이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더한 유로존 8월 종합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9.2로 전월(49.9)보다 0.7포인트 떨어졌다고 밝혔는데요. 50 아래면 수축을 의미하는데 7월에 이어 두 달 연속 50을 밑돈 겁니다.
유럽의 경제 기관차 독일도 8월 종합 PMI가 47.6으로 7월(48.1)에 이어 하락세를 이어갔는데요. 제조업 PMI도 49.8에 그쳤습니다. 프랑스와 영국도 빠르게 둔화하고 있는데요. 일부 예상치보다 나았던 것도 있지만 큰 틀에서의 방향이 좋지 않습니다. 크리스토프 웨일 코메르츠방크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7월에 이어) 8월에도 PMI가 하락했다는 것은 하반기 유로존의 침체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라고 전했는데요.
반면 바클레이스는 “제조업보다 서비스업에서의 신호가 전반적으로 신뢰도가 낮으며 경기침체를 우려하지만 회의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약간 선을 그었습니다. 그럼에도 유럽의 인플레이션이 심각하다는 점, 러시아산 천연가스 문제에 따른 에너지 가격상승과 소비감소가 겹치는 스태그플레이션(경기둔화 속 물가상승)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겠습니다. 바클레이스도 “유럽 경제가 이번 분기에는 성장하겠지만 4분기와 내년 1분기에 위축될 것으로 본다”고 전했지요.
물론 에너지 문제가 덜한 미국은 상대적으로 사정이 낫습니다. 하지만 주요 경제권의 둔화는 내수로 먹고 사는 미국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데요. 미국 수출에서 유럽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기준으로 대략 20% 정도 됩니다. 중국은 경기둔화 가능성에 금리를 전격적으로 인하했고 일본도 상황이 나쁘죠.
실제 미국도 지난 6월 저점 이후 증시가 오르면서 경기침체 얘기가 다시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미 경제 방송 CNBC는 “시장은 연준이 이른 시일 내 금리를 내릴 것 같지 않다는 현실로 돌아오고 있다”며 “경기침체 이야기가 다시 유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는데요.
주택경기는 이미 침체라는 주장이 많습니다. 이날 나온 7월 신규주택 판매가 전월 대비 12.6% 폭락한 51만1000채(연환산 기준)로 집계됐는데요. 이는 시장 전망치(57만4000채)를 크게 밑도는 것으로 2016년 1월 이후 최저치입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29.6%나 줄었죠.
부동산 정보 업체 질로우에 따르면 7월 미국 집값이 전월보다 366달러 떨어진 35만7170달러라고 하는데요. 비율로는 0.1% 하락인데, 소폭이나마 상승률이 둔화한 것은 2012년 이후 처음이라고 합니다. 마이크 윌슨 모건스탠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날 “미국의 침체 확률은 50대50이며 침체에 빠지면 S&P500이 3000, 어닝 리세션만 있으면 3500~3600에 갈 것이다. 확실히 침체 리스크가 상승하고 있다”고 기존 주장을 재확인했죠.
골드만삭스는 구리 값이 지난 달 저점에서 16% 상승했지만 아직 전체적인 하락세가 끝났다고 볼 수 없다고도 했는데요. 리사 샬렛 모건스탠리 웰스 매니지먼트의 글로벌 투자위원회 헤드는 “월가가 인플레이션과 커지는 경기침체 리스크 그리고 언젠가 내려와야만 하는 어닝 기대치를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골드만 “파월, 잭슨 홀서 과도한 긴축보다 조금 천천히 가는 것 제시 가능”…UBS “3개월 연속 근원 PCE 전달 대비 0.2%보다 안 많아야 인상중단”
미국의 대표 백화점 메이시스도 소비 감소를 이유로 2022회계연도 매출 전망치를 244억6000만~247억 달러에서 243억4000만~245억8000만 달러로 낮췄습니다. 조정기준 주당순이익(EPS)도 4.53~4.95달러에서 4.00~4.20달러로 내려갔는데요. 노드스트롬도 올해 어닝과 매출 전망치를 내렸죠.
물론 침체가 오면 연준이 금리정책을 달리 가져갈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지요. 시장이 생각했던 것 가운에 하나도 이거구요.
그동안 ‘3분 월스트리트’에서는 헤드라인 수치가 떨어지더라도 인플레이션 절대 수치가 너무 높고 근원 인플레가 끈적끈적할 수 있으며 연준의 인플레 대응 의지가 강해 계속해서 매파적(금리인상) 입장을 취할 가능성이 크고 경기침체도 불사할 수도 있지만 이 과정에서는 침체의 정도가 중요할 것이라고 전해드렸습니다.
약한 침체면 모를까 심각한 침체가 찾아오면 판단을 해야 할 시기가 올 수 있다는 거죠. 지금으로서는 연준이 금리인상을 중단하더라도 당분간은 이를 유지하는 ‘스톱앤홀드(stop and hold)’ 전략을 취할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고요.
얀 하치우스 골드만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의 생각도 크게 보면 비슷합니다. 그는 이날 블룸버그TV에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는 데는 몇 년이 걸릴 수 있다. 성장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상황에서의 금리인하는 하지 않으려고 할 것”이라면서도 “경기침체에 빠지면 분명히 (금리인하가) 일어날 수 있고 일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는데요. 결국 낮은 성장률과 경기침체 사이가 관건입니다.
다만, 햐치우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잭슨 홀에서 파월이 매파적으로만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봤는데요. 그는 “잭슨 홀에서 파월 의장은 지난 번 기자회견에서처럼 인상속도를 늦추는 것에 대한 얘기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는 과도하게 긴축할 위험이 있다고 말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큰 폭의 인상보다는 조금 더 천천히 가는 게 이치에 맞을 것이다. 연준이 9월에 0.5%p를 인상할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습니다. 금리가 3.5% 수준이 되면 연준이 한동안 거기에서 머무를 것이라는 말도 했는데요.
UBS는 금리인상 중단 조건을 들고 나왔습니다. UBS는 “인플레이션이 2%로 향하고 있다는 명확한 증거가 나오기 전에는 연준이 피봇을 할 것이라는 기대는 너무 이르다.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는 인상중단을 고려한다는 내용은 없었다”며 “우리 생각에는 3개월 연속으로 근원 PCE가 전월 대비 0.2%보다 많지 않아야(no more than 0.2%) 이것이 연준의 금리인상을 중단할 수 있는 최소 요건일 것”이라고 분석했는데요. 이어 “우리는 연말까지 연준이 금리를 1%p 더 올릴 것으로 보는데 인플레이션이 둔화하지 않으면 추가 인상 위험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전월 대비 근원 PCE는 6월에 0.6%로 확 튄 바 있는데요. 그 전에는 계속 0.3%를 보였죠. UBS의 생각이 맞다면 0.2% 수준이 3달 나타나기 위해서는 갈 길이 많이 남았습니다.
기준금리 관련해서는 어제 늦게 나온 존 테일러 스탠포드대 교수의 발언도 참고할 필요가 있는데요. 그는 “금리를 더 올려야 사람들의 생각보다 문제를 더 빨리 치유할 수 있다”며 “연준은 5% 금리를 목표로 해야 하며 역사적으로 봐도 5%는 높은 게 아니”라고 했죠. 그는 지난해 8월에도 5%를 주장했는데 여전히 이 정도까지는 올려야 한다고 강조한 겁니다.
“인플레 5~6%만 가도 사람들 위험자산 살 것” vs “침체 대비해 포트폴리오 조정”
마지막으로 증시 전망을 보겠습니다. 전직 헤지펀드 업계 최고경영자(CEO) 출신이면서 현 블록체인 기술업체 인베니엄 데파이 데브스 사장인 마이클 크레이든은 “하반기의 큰 이야기는 연준이 얼마나 빨리 인플레이션을 낮추느냐”라며 “인플레가 2%까지 갈 필요는 없다. 기준금리 4% 정도에 인플레가 5~6%로만 내려와도 사람들은 (이 정도만 돼도) 지낼 수 있다고 할 것이다. 그때 위험 자산은 성과를 매우 매우 잘 낼 것”이라고 점쳤는데요. 파월이 이번 잭슨 홀 미팅에서 비둘기파적인 색채를 띄어도 위험자산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아나스타샤 아모로소 iCapital 최고투자전략가는 “의미있는 수준의 시장 하락은 매수 기회”라고 했는데요. 이날도 일부 이런 움직임이 보였죠.
반면 비관적으로 보는 이들도 많습니다. 헤지펀드 매니저 댄 나일스는 “연준은 금요일 잭슨 홀에서 우리에게 길고 힘든 여정을 상기시켜 줄 것이다. 그들은 금리를 더 많이 인상해야 한다”며 “경기침체 때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아마존과 월마트에 투자하고 있으며 반대로 기업수요가 줄 수 있는 기술부문 주식을 줄이고 있다”고 했는데요. 댄 나일스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3.8% 선까지 끌어올릴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메리 니콜라 파인브릿지 인베스트먼트의 펀드 매니저는 “양적긴축이 계속 이뤄지고 있으며 앞으로 9개월에서 18개월 동안 주식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주식과 위험자산에 대해 전반적으로 더 신중한 입장”이라고 했고, 루팔 아그라왈 번스타인 아시아 퀀트 전략가는 “여름 랠리는 베어마켓 랠리이며 거시 리스크가 이렇게 높아진 적이 없기 때문에 이것이 베어마켓의 끝이라면 놀라울 것이다. 더 많은 고통이 올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증시처럼 기술주도 예측이 엇갈립니다. 웨드 부시의 댄 아이브스는 “기술주가 하반기에 좋을 것(in the green)”이라고 했지만, 소파이의 리즈 영은 “만약 지금 기술주를 사고 싶다면 그것을 2~5년 정도 들고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괜찮다”고 했죠.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아직 미국은 아니지만 유럽을 중심으로 침체의 그림자가 더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은 “유럽에서부터 아시아까지 생산 위축이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를 키우고 있다”고 했는데요.
상황이 정말 복잡합니다. 잭슨 홀에 대한 전망도, 각자의 기대감이 일부 뒤섞여 있죠. 한 발 물러서서 좀 더 긴호흡으로 시장을 바라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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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김영필 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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