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첫 검찰총장 후보자로 검찰 내 대표적인 특수통인 이원석 대검찰청 차장검사(사법연수원 27기)기 지명되면서 사정정국이 더 뜨거워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부가 오는 9월 10일 시행되는 ‘검수완박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을 무력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상황에서 검찰의 수사성과가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사법연수원 동기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함께 윤석열 라인으로 분류되는 이 후보자가 새 검찰 수장에 낙점된 배경이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검찰 내에서 정무적 감각을 겸비한 ‘수사기획통’으로 평가받는다. 김오수 전 검찰총장이 사직한 5월부터 사실상 총장의 업무를 수행해오면서 검수완박으로 어수선한 조직을 추스르는 한편,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합동수사단 설치를 주도하는 등 뛰어난 조직 장악력을 보여 왔다. 그간 주요 현안 수사를 지휘한 만큼 지난한 업무 보고에 시간을 들일 필요도 없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이 후보자를 선택한건 국민들에게 ‘일하는 검찰’을 보여줄 수 있는 적임자로 받아들여져서다.
현재 검찰은 그 여느 때보다 제대로 된 수사결과물을 제시하는 게 시급한 상황이다. 내달 시행되는 검수완박법에 맞서 법무부는 검찰의 수사권을 지킬 수 있도록 대통령 시행령을 통해 부패·경제범죄의 개념을 확대하고 ‘중요 범죄’를 재정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한동훈 시행령 쿠데타’라고 강하게 반발하면서 검수완박법 재개정 등 대응책을 검토하고 있다. 법무부는 검수완박에 따라 검사의 수사 개시가 가능한 ‘부패·경제범죄 등’의 범위에 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범죄 일부를 포섭해 사실상 6대 범죄 전체를 수사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민주당은 강경 대응을 예고하며 양측이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결국 검찰에 유리하게 여론을 이끌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수사 성과’가 핵심이다. 특히 다수의 일선 검찰청에서 수사 중인 전 정권 대상 수사에서 유의미한 수사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 이 후보자에게 주어진 가장 큰 과제인 셈이다. 그는 전날 “현재 겸하고 있는 검찰총장 직무대리 역할과 후보자의 일 두 가지를 동시에 충실히 수행하겠다”며 “남은 국회 인사청문 절차도 성실히 임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서울중앙지검은 ‘서해 피살 공무원 월북 조작·탈북 어민 강제 북송·여성가족부 선거 개입 의혹’ 사건을, 서울동부지검은 ‘산업통상자원부 블랙리스트 의혹’ 사건을, 대전지검은 ‘월성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사건을 각각 수사하고 있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사건 하나하나가 문재인 정부 시절 거물급 인사들이 연루된 대형 사건으로 분류된다.
여기에 중앙지검과 수원지검은 민주당의 당 대표로 유력한 이재명 의원이 연루된 ‘대장동 개발사업 로비·특혜’ 및 ‘변호사비 대납 의혹’ 사건을 각각 수사 중이다. 다만 취임 초부터 여권을 향한 수사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 경우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에 대한 시비가 나올 수 있는 만큼 정무적인 대응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이 후보자는 “검찰의 중립성은 검찰의 국민에 대한 신뢰라고 하는 가장 밑바탕이고 뿌리가 된다고 할 수 있다”며 “검찰 구성원 누구나 중립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이를 실행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임 검찰총장(20기)보다 사법연수원 기수가 7기수나 낮은 파격 인사인 만큼 뒤숭숭한 조직 내부와 기강을 다잡아야 하는 숙제도 주어졌다. 문무일(18기) 체제에서 윤석열(23기)로 바뀌었을 때도 옷 벗은 고위급이 두 자릿수에 달할 정도로 논란이 거셌는데 기수 격차가 더 벌어진 만큼 파장도 더 클 것으로 보여서다. 윤 총장 취임 당시와 비교해 검찰 내 기수 문화가 다소 희석됐다고 하지만 ‘퇴진 압박’에서 자유롭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현재 검찰에 남아 있는 검사장 이상 고위 간부 중 이 후보자의 선배 기수(23~26기)는 15명이고 동기는 4명이다. 공석이 된 대검 차장 자리에는 27~28기에서 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법무부 장관이나 검찰총장보다 후배이면서 기수 역전을 최소화하는 것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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