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진단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하락하고 실적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지만 대표 기업인 에스디바이오센서(137310)와 씨젠(096530)이 고율 배당을 결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진단키트 수요가 꺾이면서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해야 할 시점에 대규모 배당으로 최대주주 일가의 배만 불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배당은 주주가치를 제고한다는 측면에서는 좋은 결정이지만 올 2분기 초라한 실적 성적표를 받아든 데다 하반기 전망도 불투명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18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에스디바이오센서는 1주당 700원, 총 708억 원을 중간배당한다고 17일 공시했다. 총 배당금의 대부분이 대주주인 조영식 이사회 의장과 조 의장 일가의 몫으로 돌아간다.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조 의장 본인(31.56%)과 조 의장이 최대주주인 회사 바이오노트(23.87%) 등 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이 무려 63.9%에 달한다. 이 때문에 총 708억 원 규모인 이번 배당에서 조 의장은 288억 원을, 바이오노트는 173억 원을 받게 된다.
바이오노트가 가져가는 배당금도 사실상 조 의장 일가에게 귀속된다. 바이오노트 지분은 조 의장이 54.2%를 보유하고 있고 두 자녀(각각 1.71%)와 배우자(0.56%), 사위(0.23%)도 지분을 나눠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소액주주들을 위한 배당인지 대주주 일가를 위한 배당인지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연구개발(R&D)이 생명인 제약·바이오 사업의 특징을 감안할 때 에스디바이오센서 배당은 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기보고서에 다르면 올 상반기 경상연구개발비는 21억6,000만 원이다. 상반기 연구개발에 22억 원도 안 쓴 회사가 중간배당 708억 원을 하고 이 중 460억 원 넘는 돈을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 가져가게 된 것이다.
씨젠도 크게 다르지 않다. 씨젠은 올 2분기 주당 200원 씩 총 101억 원을 분기배당한다고 9일 공시했다. 이 회사 역시 천종윤 대표(18.21%)와 천 대표 삼촌인 천경준 회장(3.54%), 부인 안정숙 씨(3.20%), 이밖에 사업보고서 상에 ‘친인척’으로 표시한 천 씨 일가 등 대주주와 특수관계인들 지분이 30.71%에 달한다. 이에 따라 101억 원 분기배당 중 천 대표가 19억 원, 천 회장이 3억8000만 원을 가져가고 천 대표 부인과 동생 천종기 씨도 각각 3억 3000만 원과, 2억 3000만 원을 수령하게 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코스닥 신흥기업이긴 하지만 조 단위 연매출을 기록한 회사 치고는 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이 높은 것은 사실"이라며 “배당을 결의할 때마다 대주주 고액 배당 논란이 이어지는 것은 이들 기업이 스스로 자초한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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