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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간·흑연 수입비중 90%…'광물 탈중국' 못하면 美 수출 끊긴다 [뒷북비즈]

[미중 격돌에 韓첨단산업 새우등]

■배터리·전기차, 공급망 다변화 '발등의 불'

중국, 글로벌 원자재 채굴부터 제련까지 공급망 장악 속

美 "북미서 수급해야 수입"…K배터리 "대안 없어" 한숨

전기차도 현지생산해야 보조금…"밸류체인 다변화 시급"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서 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특히 반발하는 부분은 전기차 배터리 생산에 따라 붙는 까다로운 조항들이다. 해당 조항에 따르면 배터리에 들어가는 원자재의 채굴과 제련이 대부분 북미 지역에서 이뤄져야 하지만 중국이 이 시장을 모두 장악한 상황에서 단기간에 공급망을 재편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당장 미국에 전기차 전용 라인조차 갖추지 않은 국내 완성차부터 배터리 업계까지 전기차 전 밸류체인에 걸쳐 국내 기업들의 압박감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9일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최근 대중 무역적자 원인과 대응 방안’에 따르면 중국과의 무역수지는 5~7월 3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보고서는 무역수지 악화에 큰 영향을 미친 품목으로 배터리에 들어가는 원자재와 중간재를 지목했다. 배터리의 원료가 되는 ‘기타 정밀 화학 원료’의 대중국 수입액은 지난해 상반기 38억 3000만 달러에서 올해 상반기 72억 5000만 달러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배터리 중간재인 ‘기타 축전지’ 수입액도 같은 기간 11억 1000만 달러에서 21억 8000만 달러로 늘어났다.

세부적인 품목별로 보면 주요 원자재 수입의 대부분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한국무역협회가 지난해 품목별 중국 수입 의존도를 조사한 결과 △망간 제품(99%) △알루미늄케이블(97.4%) △마그네슘괴 및 스크랩(94.5%) △흑연(87.7%) 등 중국에서 수입해오는 원자재 비중이 매우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중 망간과 흑연 등은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 원자재다.

미국 상원이 통과시킨 IRA는 배터리에 들어가는 광물의 채굴과 제련이 내년부터 40% 이상, 2027년까지 순차적으로 80% 이상 북미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문제는 중국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진 상황에서 당장 공급처를 바꿀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중국은 세계 각지에서 광산 지분을 사들여 채굴한 원료를 제련한 후 이를 공급하는 방식으로 전 세계 배터리 원재료 제련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성우 대한상의 국제통상본부장은 “반도체·배터리 소재 등은 중국산 제품이 가성비가 뛰어나 공급처를 다각화하는 게 어렵다”며 “특히 글로벌 경기 둔화나 국제 정치적 요인으로 교역 구조 변화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주로 생산하는 삼원계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는 중국산 수입 비중이 절대적이다. 지난해 중국에서 사들인 NCM 리튬이온배터리 전구체(양극재 전 단계 물질) 규모는 전년보다 94.6% 늘어난 24억 1185만 달러를 기록했다. 여기에 LG에너지솔루션이 중국의 화유코발트와 폐배터리에서 핵심 원재료를 추출하는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등 중국과의 공급망 협력은 전 밸류체인에 걸쳐 강화되고 있다. 사실상 전기차 배터리는 ‘중국 없이 만들기 어려운’ 구조가 된 것이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로서는 배터리와 각종 부품을 공급 받는 일도 문제지만 앞으로 미 현지에서 전기차를 생산해야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감이 더 커지고 있다. 현재 현대차의 아이오닉5와 코나EV, 기아의 EV6와 니로EV, 쏘울EV 등이 현지에서 세제 혜택을 받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법안이 시행에 들어가면 당장 한국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는 주력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 약화를 피할 수 없다.

결국 전기차 선점 경쟁에서 앞서나가기 위해서는 생산 라인 확보가 중요해졌지만 현대차·기아는 경쟁 업체에 비해 한발 늦었다는 지적이다. 현대차그룹은 10월 미국에서 GV70 전기차를 시작으로 내년 하반기 EV9을 생산할 예정이다. 다만 이들 차종은 프리미엄 라인업인 탓에 판매량을 큰 폭으로 끌어올리기 쉽지 않다는 평가다. 조지아주에 세우기로 한 전기차 전용 공장은 내년 상반기 착공해 2025년에나 가동된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되면 미국으로 수출하는 전기차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장기적으로는 유럽과 중국이 미국과 같이 보호무역주의로 돌아서 한국의 주요 전기차 수출 시장이 모두 막힐 수 있다는 점에서도 우려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IRA 통과를 계기로 전반적인 전기차·배터리 공급망을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중국을 제외한 원자재 공급처를 빨리 찾지 못해 배터리를 제대로 생산하지 못하면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생산에 차질이 생길 수 있어 해당 법안이 그대로 실행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면서도 “지난해 요소수 파동 때부터 지나친 대중 수입 의존의 문제를 경험한 만큼 공급망을 다변화하려는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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