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8일 이준석 대표에게 ‘당원권 6개월 정지’를 의결했다. 내년 6월까지 임기인 이 대표에게 반년간 당원 자격을 정지시키면서 이 대표는 당대표직 유지가 사실상 어렵게 됐다. 집권 여당의 대표에게 중징계를 내리는 사상 초유의 일로 국민의힘은 리더십 공백, 당권 경쟁 조기화 등 격랑에 빠져들게 됐다.
윤리위는 22일 오후 7시부터 회의를 열고 이 대표의 성접대 관련 의혹에 대한 징계 여부를 논의했다. 약 8시간에 걸친 심야 마라톤 끝에 이 같은 징계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당초 정치권에서는 ‘경고’ 내지는 ‘당원권 정지 3개월’ 안쪽의 처분이 예상됐지만 실제 징계 수위는 이를 능가했다.
윤리위는 성 접대를 했다는 제보자에 7억 투자유치 각서를 써주고 증거인멸을 했다는 의혹을 산 김철근 당대표 정무실장에 대해서는 ‘당원권 정지 2년’이라는 중징계를 의결했다.
이양희 윤리위원장은 회의 뒤 “이준석 대표는 윤리규칙 4조 1항에 따라 당원으로서 예의를 지키고 자리에 맞게 행동하여야 하며 당의 명예를 실추시키거나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언행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에 근거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준석 당원은 김철근 당 대표 정무실장이 지난 1월 대전에서 장모 씨를 만나 성상납과 관련한 사실확인서를 작성받고 7억원 상당 투자유치약속 증서를 작성해준 사실에 대해 알지 못했다고 소명했으나, 윤리위가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위 소명을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가 김 실장을 통해 성 접대 의혹 관련 증거 인멸에 나섰다고 판단한 것으로 읽힌다.
이 대표 측은 아직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불복 의사를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성접대 사실이 없었다”며 “정황 만으로 내리는 어떠한 징계 처분도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 이 대표 측의 일관된 입장이다. 이 대표는 재심을 청구하거나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할 것으로 관측된다.
징계 결정을 뒤집기 위한 이 대표와 퇴진 요구를 분출하는 친윤계 세력 간의 전면전으로 향후 국민의힘은 ‘윤리위 블랙홀’에 빠져들 공산이 크다. 대선 당시부터 눈엣가시였던 이 대표의 축출에 성공한 친윤계는 여론의 부담을 덜고 당내 주도권 확보에 다가서게 됐다.
차기 여당의 지도체제를 둘러싼 내부 신경전도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김기현, 권성동, 정진석 등 차기 당권 주자 후보들의 이름이 일찌감치 거론되는 가운데 내년 6월까지 당대표를 뽑는 임시 전당대회를 개최할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 후 2년 임기의 당대표를 뽑는 정기 정당대회를 할지를 두고 각자 유불리에 따라 의견은 엇갈린다.
다만 “자신 사퇴는 없다”고 거듭 밝혀온 이 대표는 버티기에 들어갈 공산이 크다. 이 대표는 당대표직 직위를 내려놓지 않은 채 윤핵관들과 각을 세우는 방식으로 여론전을 펼치며 정치적 재기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새 정부 출범 59일 만에 집권 여당이 지도부 공백 사태에 빠지면서 임기 초 지지율 부진을 겪고 있는 윤석열 정부는 국정 운영에서 빨간불이 켜졌다.
최수영 시사평론가는 “소위 ‘이준석 이슈’가 계속된다면 윤 대통령은 (지지율 반등을 위한) 어젠다 세팅에 난항을 겪을 것”이라며 “(당원권 6개월 처분은) 여당과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는 와중에 더 큰 내홍의 발화점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의 중징계로 사실상 ‘당 대표 궐위’ 상태가 되면서 당헌에 따라 권성동 원내대표가 당대표 권한 대행을 맡게 된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이 대표의 당원권 정지 징계 효력은 지금부터 시작되며, 권성동 원내대표가 곧바로 당대표 권한대행 역할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