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030200)가 인공지능(AI) 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하고 AI 하드웨어·소프트웨어·플랫폼을 모두 갖춘 ‘풀스텍’ 사업자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앞서 투자한 AI 스타트업과 리벨리온을 연계해 2030년 130조 원 규모로 예상되는 AI 반도체 시장 공략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경쟁사 SK텔레콤(017670)이 자체 개발 AI 반도체 ‘사피온’을 이미 상용화 한 바 있어, 미래 AI 시장 공략을 위한 통신사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6일 KT는 AI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인 리벨리온에 300억 원 규모 전략적 투자에 나선다고 밝혔다. 리벨리온은 지난해 11월 금융 특화 AI 반도체 ‘아이온’을 출시했고, 최근 620억 원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구현모 KT 대표는 “리벨리온이 KT와 협업을 통해 엔비디아와 퀄컴과 같은 글로벌 팹리스 기업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KT는 지난해 AI인프라 솔루션 전문 기업인 모레(MOREH)에 투자한 바 있다. KT는 리벨리온의 신경망처리장치(NPU)가 하드웨어를, 모레의 솔루션이 소프트웨어를 지원하고 KT 데이터센터(IDC)와 AI 인프라·서비스가 그 위에서 작동하는 구도를 그리고 있다.
이진형 KT 전략기획실 제휴협력P-TF 팀장은 “구글·AWS 등 글로벌 사업자와 같이 하드웨어·소프트웨어·플랫폼을 모두 갖춘 풀스택 사업자로 거듭나겠다”며 “KT 클라우드는 물론 대용량 언어모델, 금융·로봇·자율주행 등 디지코 사업 전반을 고도화할 계획”이라고 했다.
KT는 우선 연내 그래픽처리장치(GPU) 수 천 장 규모의 ‘GPU팜’을 구축하고 2023년에는 GPU팜에 초대규모 AI컴퓨팅 전용으로 자체 개발한 AI 반도체를 접목할 계획이다. 이후에는 개발한 AI 반도체 판권을 확보하고 글로벌 시장 판매를 추진한다.
KT가 AI 반도체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며 통신업계의 ‘반도체 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시작은 SK텔레콤이 끊었다. SK텔레콤은 지난 2020년 AI 반도체 '사피온 X220'을 공개하고 꾸준한 투자와 연구개발(R&D)에 나서고 있다. 올해 들어서는 SK텔레콤·하이닉스·스퀘어가 총 800억 원을 투자해 사피온 미국 본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미국에 본거지를 둬 현지 인력 채용과 영업을 가속화하겠다는 전략이다.
KT는 후발주자지만 기술력에서 SK텔레콤에 뒤쳐지지 않는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NPU 개발에는 반도체 ‘설계’ 능력이 중요한 만큼 메모리가 주력인 SK하이닉스와 경쟁에서 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는 “메모리 전문가가 하는 NPU와 NPU 전문가가 하는 NPU는 다르다”며 “리벨리온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KT와 SK텔레콤이 자체 AI 반도체 제작에 나서는 배경에는 급속도로 성장하는 시장 규모가 있다. 가트너에 따르면 글로벌 AI반도체 시장은 지난해 267억 달러(약 35조 원) 규모에서 2030년 1179억 달러(약 154조 원)로 10년 간 약 4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용 문제도 있다. 현재 AI 반도체 시장은 미국 엔비디아 GPU 점유율이 80%에 달한다. GPU는 AI 연산을 위해 설계되지 않아 NPU보다 연산·에너지 효율이 떨어지는 편이다. 자체 개발 NPU는 성능이 뛰어날 뿐 아니라 GPU 대비 3배 이상의 에너지 효율을 보이고 도입 비용도 저렴하다. 특히 KT는 국내 최대 IDC 사업자인 만큼 전용 AI 반도체 도입에 따른 이점이 크다. 박 대표는 “전용 인프라와 반도체가 있다면 도입 비용 뿐 아니라 운영비용까지 절감할 수 있고 AI 서비스 질까지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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