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시장 분위기는 6월을 넘어서면서 다시 악화되고 있다. 5월 중순 이후 반등 시도가 나타났던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9% 반등한 이후 재차 조정 국면에 진입했다. 코스피는 2700선에 도달하지도 못한 채 다시 2500선으로 밀렸다. 원·달러 환율도 5월 말 1240원대까지 하락했으나, 재차 1280원대까지 올랐다. 국제유가를 제외하면 대부분 자산가격은 약세 흐름이 우세하다.
글로벌 경제가 침체에 진입할 것이라는 우려는 과도하다고 본다. 5월 미국 일자리 수는 둔화되고 있으나 견고했다(전월 대비 37만 명 일자리 증가). 일론 머스크가 테슬라 관리직 일자리를 10% 줄인다는 트윗을 날렸다. 넷플릭스, 로빈후드 등 4월 말 이후 테크 기업들의 일자리가 1만 3000여개 사라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럼에도 팬데믹 피해가 컸던 레저와 숙박 업종을 제외하면, 미국 전체 일자리 수는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미국 기업실적도 살펴봐야 한다. 미국 유통업체인 타킷은 실적이 둔화할 것이라는 경고를 했어도 매출 전망을 하향하지는 않았다. 비용과 재고가 실적에 부담이 될 뿐, 경기 자체 문제는 아니다. 미국 코스트코 동일점포 5월 매출 증가율은 전년 대비 11.8% 증가로 나쁘지 않다. 우려는 있지만, 침체 징후가 뚜렷하지 않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경기가 나쁘지 않은 것이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하반기 물가 상승 압력이 꺾일 것이라는 전망이 좀처럼 힘을 얻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인플레 통제와 연착륙은 ‘전망’에서 점점 ‘희망’을 넘어, ‘기도’가 돼가는 듯 하다. 마치 희망고문 같다.
좌절스러웠던 것은 세계 각국의 물가 상승세다. 5월 유로존 CPI(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전월 7.5%에서 8.1%로 높아졌다. 국내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전월 4.8%에서 5.4%로 크게 확대됐다. 경기 둔화 우려에도 물가 상승 압력은 여전했다. 5월 국제유가와 미국 가솔린 가격도 올랐다. 여기에다 5월 미국 물가 역시 8.6% 상승하며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웠다.
그러나 물가 상승 압력은 정점을 지났다. 최근 미국 물가상승률에서 공산품 물가 상승 기여도가 5%포인트가 넘는데, 이는 코로나19에 따른 공급차질 영향이다. 이미 공산품 물가 상승률은 3월을 정점으로 조금씩 꺾이기 시작했다. 미국 고용 증가세도 둔화되고 있다. 수요 측면에서 인플레이션 부담은 점차 완화될 가능성이 높다. 완전하지는 않지만 중국도 도시 봉쇄를 풀고 있다. 공급난 우려는 완화될 가능성이 높다. 주식시장의 추가 하락 폭이 크지는 않을 것이다.
문제는 실적이다. 일부에서는 기업이익이 하반기에 큰 폭으로 악화되면서, 주식시장이 한 차례 더 무너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앞서 밝혔듯이, 일부 기업들의 실적 경고에도 매출 전망 자체가 나쁘지는 않다. 미국 기업들도 점차 고용계획을 수정하면서 변화된 환경에서 적응 중이다. 모든 산업과 기업들이 좋기는 어려우나 살아남는 기업들이 존재할 것이다.
업종별로는 리오프닝 기대에도 불구하고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소비재 업종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인플레 국면에서는 아주 저가이거나 고가·럭셔리만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다. 그나마 접근 가능한 업종은 에너지·소재 업종이다. 최근 주가 반등과정에서 두드러진 업종은 유틸리티 등 방어적인 업종과 함께 미국에서는 에너지, 국내에서는 조선·운송·화학·기계 업종이다. 다른 자산들 가운데서도 원자재, 주식시장에서는 에너지·소재 업종이 상대적으로 견고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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