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에 출연해 자신이 사둔 종목 주식의 매수를 권하는 수법으로 수십 억 원을 챙긴 투자 전문가에게 5번의 재판 끝에 대법원의 유죄 판단이 내려졌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43)씨의 재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유죄 취지로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2일 밝혔다.
2009년께부터 증권방송에서 활동한 A씨는 2011년 10월∼2012년 1월 안랩(안철수연구소), 서한, 바이오스페이스 등 주식을 미리 저가에 사들이고, 방송과 자신의 인터넷카페에서 투자자들에게 매수를 추천한 뒤 주가가 오르면 곧바로 팔아 약 37억원의 수익을 낸 혐의로 2013년 재판에 넘겨졌다.
이 수법은 이른바 ‘스캘핑(scalping·가죽 벗기기)’으로 불린다. 특정 증권을 장기투자로 추천하기 직전에 매수한 다음 주가가 상승할 때 즉시 차익을 남기고 매도하는 이런 형태의 범죄가 사법당국에 적발된 것은 A씨가 처음이었다.
하지만 1심과 2심은 무죄 판결을 내렸다. A씨가 텔레비전 증권방송에서 3개 종목 매수를 추천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그것이 자본시장법 위반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 사이 대법원은 2017년 다른 사건 재판에서 투자자문업자나 증권분석가, 언론사 종사자, 투자 관련 웹사이트 운영자 등의 스캘핑 행위가 자본시장법이 금지한 ‘부정한 수단·계획·기교를 사용하는 행위’, ‘위계의 사용’에 해당한다는 판단을 내놨다. 이런 판단은 A씨 사건에도 그대로 영향을 미쳤고 그해 대법원은 A씨의 무죄 판결을 파기했다.
그러나 파기환송심(2심)은 또 무죄를 선고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A씨가 방송에서 일반 투자자에게 3개 종목의 주식을 매수하라는 의사를 표시했다거나, 주식 윶매수를 부추길 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매수를 추천한 게 아니니 애초에 스캘핑 범죄도 아니라는 의미다.
다시 사건을 받아든 대법원은 A씨의 유죄가 인정된다며 두 번째 파기환송 판결을 했다.
대법원은 “‘증권의 매수를 추천한다’고 하는 것은 투자자에게 특정 증권이 매수하기에 적합하다는 사실을 소개해 그 증권에 대한 매수 의사를 불러일으키는 것을 가리킨다”며 A씨의 행동이 매수 추천에 해당한다는 점을 못 박았다.
이어 “특정 증권을 미리 매수해 보유하고 있고, 추천 후에 매도할 수도 있는 증권에 관한 자신의 이해관계를 표시하지 않은 채 증권 매수 추천을 했다는 공소사실이 (유죄로) 인정된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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