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초의 여성 국무장관을 지낸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장관의 장례식이 27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워싱턴DC 국립대성당에서 엄수됐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등 미국 정관계의 전현직 인사들 1400여명이 장례식장을 찾아 그를 추모했다. 올브라이트 전 장관은 지난달 23일 지병인 암으로 84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추모사에서 "20세기와 21세기에 올브라이트보다 더 위대한 자유에 대한 옹호자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고인의 인간미와 지성에 찬사를 보내면서 "그가 역사의 흐름을 바꿨다"고 평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올브라이트 전 장관의 별세 소식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유럽으로 향하던 에어포스원에서 접했다면서 "나토 동맹이 오늘날 이토록 강력한 이유는 바로 올브라이트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체코 이민자 출신으로 11세 때 미국에 온 올브라이트 전 장관은 남성들이 주류였던 미국 외교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 일으킨 인물이다.
그는 클린턴 행정부 1기(1993~1997) 때 유엔 주재 미국 대사를 맡았고, 2기(1997~2001년) 때는 외교 정책을 총괄하는 국무장관에 올랐다. 미소 냉전 종식 시점부터 2001년 9·11 테러 발생 즈음까지 미국 외교·안보 정책의 중추적인 역할을 맡은 것이다.
그는 미국 최초의 여성 국무장관이란 기록을 세운 인물이기도 하다. 올브라이트 이후 콘돌리자 라이스, 힐러리 클린턴 등 여성 국무장관들의 시대가 열렸다.
올브라이트 전 장관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확장을 옹호하고 발칸반도의 집단학살을 막기 위해 동맹의 개입을 촉구해온 인사로 통한다. 또 핵무기 확산 억제를 추구하며 전 세계의 인권과 민주주의를 옹호한 인물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북한 비핵화의 물꼬를 트고자 노력하기도 했다. 2000년 10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특사로 방미한 조명록과 논의 끝에 ‘북미 공동코뮈니케’ 발표를 이끌었고, 직후에 평양을 찾아 김 위원장을 직접 만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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