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현정택의 세상 보기]규제개혁을 이루는 길

현정택 정석인하학원 이사장

새 기구 만들거나 정책 발굴 보다

허점 많은 기존 제도 개선이 먼저

비용편익 분석해 기업활동 보장하고

국가역할 줄여 민간 창의성 키워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1일 구미국가산업단지에서 “중앙정부고 지방정부고 불필요한 규제를 싹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에는 경제 6단체장과 도시락 오찬을 하며 “신발 속 돌멩이 같은 불필요한 규제들을 빼내 기업들이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힘껏 달릴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도 했다.

규제 개혁은 시장경제를 지향하는 새 정부의 중요한 정책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이를 실현하기 위해 산업혁신전략회의를 신설하고 ‘규제 셰르파(가이드)’ 제도를 운영하자는 아이디어도 나왔다.

사실 역대 정부 모두가 규제 개혁을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문재인 정부도 자동차가 영국에서 처음 등장했을 때 기수가 앞서가며 신호하도록 만든 ‘붉은 깃발’ 규제의 폐해를 설명해가며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아직도 한국 규제 환경에 대한 평가는 박하다. 한국이 우리나라라고 할 정도로 친숙한 제프리 존스 주한미국상공회의소 이사회 회장은 한국 규제가 어느 나라보다 과하고 노동·환경·세금과 관련한 규정과 조사가 너무 많고 복잡하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가 할 일은 규제 개혁 기구를 새로 만들거나 규제 개혁의 상징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것이 아니다. 국무총리가 공동위원장으로 있는 규제개혁위원회를 직접 주재하고 필요하면 대통령이 참석하면 된다. 규제영향평가 등 현재 허점이 많게 운영된 제도를 실질적으로 개선해 규제를 풀어야 한다.



먼저 진입 규제를 없애야 한다. 미국의 우버와 같은 승차 공유 서비스인 ‘타다’가 우여곡절 끝에 사실상 좌초했으며 성형 수술 정보 서비스인 ‘강남 언니’와 법률 정보 플랫폼인 ‘로톡’도 역풍을 맞고 있다. 기존 공급자인 택시 업계, 의사협회, 변호사협회 등에서 볼 때는 새로운 사업자의 등장이 위협이고 특히 허가 시스템을 흔드는 문제 소지가 있지만 막을 수만은 없다.

궁극적으로 수요자 관점에서 정책을 결정하고 시장 진입 기회를 넓혀 주는 게 경제가 발전하는 길이다. 전통적으로 보수적인 금융 산업의 진입 장벽을 낮춰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핀테크 사례를 확산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비용 편익 분석을 토대로 규제를 대폭 정비해야 한다.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광주에 복합쇼핑몰이 없는 원인에 대해 논란이 있었다. 유통산업발전법에 근거한 규제 때문인데 이런 규제가 광주시민에게 실제로 도움이 됐는지에 관한 분석 자료는 없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안전·환경·노동을 포함해 모든 규제의 편익을 사회적 준수 비용과 비교·분석해 개선하라고 권고한다. 현재 규제영향평가 대상에서 아예 빠진 의원 발의 입법 규제도 포함해야 한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에서 의원 발의 입법 규제가 그전에 비해 세 배 이상 늘었는데 그만큼 기업 활동을 옥죈 셈이다.

정부 규제 개혁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규제에 대한 국민 의식을 바꿔야 한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야당 경선에 나섰던 후보가 국가가 개인의 삶을 책임질 수 없다고 말했다가 비난받았다. 우리에게는 국가 역할을 국민을 지켜주는 슈퍼맨처럼 여기는 잠재의식이 있는 듯하다. 그래서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규제에 관대하다 못해 옹호하는 편이다.

정부 지원과 육성을 바라보는 시각도 고쳐야 한다. 정부 자금이 닿는 곳에는 필연적으로 정부 규제와 감독이 따르고 이는 결국 민간의 창의성을 떨어뜨리기 마련이다. 산업통상자원부 등 경제 부처의 기업 지원과 교육부·문화체육관광부 등 사회 부처의 민간단체 지원이 규제의 온상이다. 진정으로 시장경제를 통한 발전을 이루려면 국가 역할과 규제를 최소화해야만 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