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가 각종 악재에도 불구하고 나란히 ‘역대 최대 실적’(분기 기준)을 달성하며 한국 전자업계 대표 기업의 자존심을 지켰다. 삼성전자는 대표 먹거리인 반도체, LG전자는 프리미엄 제품 판매를 바탕으로 우수한 매출 실적을 보였다.
8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7일 연결기준 실적을 잠정 집계한 결과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매출 기준 역대 1분기 최고치를 각각 기록했다.
삼성전자가 먼저 포문을 열었다. 삼성전자는 매출 77조원, 영업이익 14조 100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 영업이익은 1분기 기준 2018년 15조 6000억원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 73조 98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분기 기준으로 첫 70조원을 돌파했는데 이후 3개 분기 연속 역대 최고치 경신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분기(매출 65조 3900억원, 영업이익 93천 800억원)과 비교하면 17.8%, 50.3% 증가했다. 직전 분기 대비로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0.56%, 1.66% 늘었다.
반도체가 이끈 실적이다. 증권가 추정치로 보면 1분기 반도체 부문 매출은 25조 원, 영업이익은 8조 원 수준이다. 1분기 영업이익(14조 1000억 원)의 절반 이상을 반도체로 벌어들인 셈이다.
주력인 D램의 가격이 시장 예상과 달리 크게 떨어지지 않았고, 메모리 분야의 또 다른 주력 상품인 낸드 플래시는 가격 상승과 경쟁업체들의 공급난 등으로 반사이익을 봤다.
여기에 스마트폰 또한 게임최적화서비스(GOS) 논란 등 악재에도 불구하고 갤럭시S22를 앞세워 양호한 판매 실적을 거두면서 뒤를 받쳤다. 증권가에서는 스마트폰·네트워크 사업 부문에서 4조 원가량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갤럭시S22는 출시 43일 만에 100만 대를 돌파하는 등 시장의 호응을 얻으며 순항하는 중이다.
LG전자 또한 분기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LG전자는 매출 21조 1091억, 영업이익 1조 880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18.5%, 영업이익은 6.4% 각각 증가했다. 증권가가 예측한 매출 20조원, 영업이익 1조 3000억원을 크게 웃도는 ‘깜짝 실적’이다.
생활 가전·올레드 TV 등 프리미엄 제품군이 LG전자 호실적을 이끌었다. 증권업계 추정치로 보면 생활 가전 사업을 담당하는 H&A사업본부가 역대 최대 분기 매출액인 7조7000억원 수준을 기록하면서 전체 매출의 3분의 1 가량을 차지한 것으로 보인다. 고품격 디자인으로 프리미엄 가전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LG오브제컬렉션’을 앞세워 좋은 성과를 냈다.
올레드TV가 주력 사업인 HE사업본부도 고공 성장을 한 것으로 보인다. HE사업본부의 예상 매출액은 4조4000억원 수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증권 업계 관계자는 “LG전자 TV 매출 중 올레드 TV, 초대형 TV 등 프리미엄 제품 판매 비중이 지속 늘어나면서 호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두 회사의 이번 실적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위기에 따른 원자재 공급난, 글로벌 공급망 위기 등 악재가 가득한 상황에서 이뤄낸 결과인 만큼 더욱 가치가 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의 경우 대규모 투자에 나선 파운드리에서 수율 문제 등으로 아직 기대한 만큼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는데다 인텔도 파운드리에 대규모 투자하며 뒤를 추격해오고 있다. 또 스마트폰에서도 게임최적화서비스(GOS) 논란 등이 불거지면서 어려움을 겪는 중이다.
LG전자 또한 글로벌 패권 경쟁, 인플레이션, 공급망 마비 심화 등으로 경영 환경이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두 회사는 기존에 강점을 가진 반도체, 프리미엄 가전 등 핵심 사업 분야의 탄탄한 기반에 공격적인 투자로 미래 성장기반을 이뤄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예고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가 올해 사상 첫 300조 원 매출, 60조 원 영업이익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LG전자의 경우 지난해 기록한 사상 최대 매출(74조 7219억원)을 뛰어넘는 76조원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영업이익도 사상 처음으로 5조원에 도전해볼 만하다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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