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가 급격히 오르면서 필수 제품인 TV·에어컨·냉장고·자동차 가격도 줄줄이 인상되고 있다. 기업들의 늘어난 비용 부담이 소비자들의 편익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는 ‘더세리프 65인치 TV’ ‘트롬 드럼세탁기’ 등 올 가전 신제품 가격을 기존의 동일 규격 제품보다 10~20%가량 더 올렸다. 새로운 기능 추가 등 표면적 이유는 ‘고급화’이지만 실상 원자재 가격 및 물류비 급등이 가격 상승에 더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러시아로 보내는 제품의 선적을 지난달 5일과 21일 잇따라 전면 중단했다. 현지 부품 조달에 차질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러시아에서 TV 공장을, LG전자는 가전·TV 공장을 각각 운영하고 있다.
두 회사는 이미 지난해에도 글로벌 공급망이 불안정해지면서 가전제품 가격을 최근 10년 중 가장 많이 올린 바 있다. 삼성전자는 사업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TV 평균 판매 가격을 전년보다 32%가량 높였다고 밝혔다. LG전자도 냉장고와 세탁기·에어컨 가격을 10% 정도씩 인상했다. 올해는 이 같은 추세가 더 탄력을 받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전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화학 부품, 반도체, 패널 등 각종 원자재 가격이 오르지 않은 게 없을 정도로 압박이 심하다”며 “출고가를 비슷하게 내놓아도 마케팅 비용 등이 줄어들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혜택의 수준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도 연식 변경 등을 거친 신차에 대해 가장 낮은 사양의 옵션 단계부터 수백만 원씩 올렸다. 현대차(005380)가 2022년 싼타페 모델 시작가를 기존 대비 200만 원가량 높인 것을 비롯해 기아(000270) 니로, 르노삼성 XM3, 한국GM 콜로라도 등 다른 회사들도 신형 차량 가격을 줄줄이 인상했다. 내연기관 차량뿐 아니라 니켈을 포함한 전기차 배터리 원자재 가격 상승세도 심상치 않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재고를 비축하는 방식으로는 더 이상 원자재난에 대응하기 어려워졌다”며 “할인 혜택을 늘리는 등 자동차 가격을 인하할 조짐이 업계에 전혀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