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가계대출 증가세를 잡기 위해 지난해 말부터 시행했던 전세대출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도 규제 완화를 검토하는 등 은행권 전반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실수요자들의 전세대출 문턱도 낮아질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오는 21일부터 전세계약 갱신에 따른 전세자금대출 한도를 기존 ‘임차보증금(전셋값) 증액 금액 범위 내’에서 ‘갱신 계약서상 임차보증금의 80% 이내’로 변경하기로 했다. 예컨대 현재 보증금 2억 원의 전셋집에 사는 세입자가 계약을 갱신할 때 인상 한도(종전 계약액의 5%)인 1000만 원을 올렸다면 예전 기준으로는 최대 1000만 원을 대출받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전체 보증금 2억 1000만 원의 80%인 1억 6800만 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전 보증금의 일부를 대출받았을 경우 1억 6800만 원에서 남아 있는 대출을 차감하고 나머지 금액만 빌릴 수 있다.
전세대출 신청 기간도 이전으로 되돌린다. 기존에는 계약서상 잔금 지급일 이전까지만 대출을 신청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신규 전세 계약서상 잔금 지급일 또는 주민등록 전입일 중 빠른 날로부터 3개월 이내까지 전세자금대출을 신청할 수 있게 된다. 갱신 계약 경우에도 기존에는 갱신 계약 시작일 전에만 대출 신청이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갱신 계약 시작일로부터 3개월 안에 신청할 수 있다.
아울러 비대면 전세대출 신청 제한도 해제된다. 이에 따라 1주택 보유자도 21일부터는 은행 창구를 방문하지 않고 인터넷뱅킹이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전세대출을 신청할 수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전세대출 취급 제한을 완화해 금융 지원 불안을 해소하고 전월세 시장의 정상화에 기여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국내 소매 금융 취급 17개 은행은 금융 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 방침에 따라 지난해 10월 27일부터 대출 한도, 대출 신청 기간, 비대면 신청 제한과 관련한 규제를 시행해왔다. 하지만 우리은행이 약 5개월 만에 이를 되돌리면서 다른 시중은행들도 이를 따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 역시 강화된 전세대출 규제를 푸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검토하고 있다”며 “완화하는 쪽으로 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은행들의 전세대출 규제 완화 움직임은 올해 들어 가계대출 증가세가 수그러들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1060조 1000억 원으로 한 달 전보다 1000억 원 줄었다. 지난해부터 3개월 연속 감소세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한풀 꺾이자 실수요 중심인 전세대출부터 규제를 완화하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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