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세와 안보 환경 변화를 이유로 방위력 확충을 추진해온 기시다 후미오(사진) 일본 총리가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와 관련해 “평화헌법 안에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부터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선제 공격이 가능하도록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가운데 공동 여당인 공명당 등의 반발을 의식해 기시다 총리가 수위를 조절한 것으로 보인다.
26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중의원 예산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기시다 총리는 “모든 선택 사항을 배제하지 않고 방위력 강화를 서두르겠다”면서도 “미국과의 역할 분담 원칙을 유지하며 헌법 9조와 국제법 범위 내에서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일본 헌법 9조는 타국과의 교전을 금지하고 있다.
일본은 연초부터 전쟁 가능한 국가로의 개헌 등 안보 의제가 강조되고 있다. 이달 초 아베 전 총리는 변칙 궤도로 날아가는 북한의 탄도미사일이나 중국·러시아의 극초음속 활공 무기를 현재의 미사일 방어 체제로는 막을 수 없다며 ‘방어’보다 ‘타격력’을 갖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기시다 총리도 이달 1일 새해 소감에서 ”올해 큰 테마는 헌법 개정”이라며 국회에서 활발히 논의하고 국민과 적극 소통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다만 공동 여당인 공명당이 평화헌법 조항 개정에 난색을 표하며 신중한 입장을 보여 기시다 총리도 강한 발언은 하지 않고 있다. 일본유신회나 국민민주당의 개헌파, 친여 성향 무소속을 합쳐도 개헌 발의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날 일본 정부는 안보 관련 3대 전략 문서 개정 작업에도 시동을 걸었다. 기시다 총리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기술 향상과 중국의 군사력 증강 등 급속한 안보 환경 변화에 대응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국가안보전략·방위대강·중기방위력정비계획 등 안보 관련 3대 전략 문서의 연내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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