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낙농육우협회가 정부의 낙농진흥회 공공기관 지정을 통한 우유 가격 통제에 반발하며 납유 거부에 들어갔다. 낙농업계의 가장 강력한 수위의 집단행동인 납유 거부는 지난 2011년 이후 11년 만이다.
낙농육우협회는 26일 이사회를 열고 납유 거부와 정부·유업체 상대 소송 검토 등 강경 투쟁안을 만장일치로 결의했다고 27일 밝혔다. 구체적인 투쟁 시기는 이후 세부 방침을 마련해 각지에 안내하기로 했다. 이사회 참석자들은 “역대 최악의 사료 가격 폭등 속에서 농림축산식품부가 원유(原乳) 생산비연동제 폐지를 비롯한 정부안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어느 때보다 강력한 투쟁 방안 수립을 집행부에 요구했다. 이승호 낙농육우협회장은 “지금까지는 정부 공격에 방어만 했지만 이제는 전면적인 공격을 시작한다”면서 “정부안이 전면 수정돼 낙농제도가 낙농가를 위한 올바른 방향으로 개선되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원유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을 골자로 한 낙농제도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개편안을 논의하기 위한 낙농진흥회 이사회가 생산자(낙농가) 측 불참으로 무산되자 진흥회의 공공기관 지정을 검토하고 있다. 이사회 구성원 중 정부·학계·소비자단체 측 인원을 늘려 생산자 측의 영향력을 줄이려는 조치다. 생산자 단체인 낙농육우협회는 “낙농가의 교섭권을 말살하는 조처”라며 반발하고 있다.
공공기관이 우유 시장의 가격 결정권을 갖게 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통상 공공 부문이 시장에 개입하는 경우는 전기·수도·가스 등 생활에 꼭 필요해 과도한 수익을 내서는 안 되는 필수 공공재에 한정되기 때문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용도별 차등가격제의 핵심은 음용유와 가공유의 가격을 다르게 매겨 가공유의 생산량을 늘리는 것이다. 이때 가격이 인하되는 가공유의 쿼터는 늘어나지만 현재 가격 수준이 유지되는 음용유의 쿼터는 줄어든다. 이에 대해 낙농업계는 “정부가 생산자 물가 폭등과 과도한 우유 유통 마진은 방치하면서 원유 가격 결정을 직접 하겠다는 것은 공산주의나 사회주의에서나 가능한 국가의 가격 통제”라고 비판했다.
낙농업계에 따르면 우유 소비자가격에서 유통 마진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40%에 이른다. 국제 곡물 가격 급등으로 사료 가격은 지난해에만 20% 이상 올랐다. 사료 가격이 20% 이상 상승한 것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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