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철민의 경알못’은 학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10년 넘게 경제 기사를 썼지만, 여전히 ‘경제를 잘 알지 못해’ 매일매일 공부 중인 기자가 쓰는 경제 관련 콘테츠 입니다.
“트럼프가 돌아 올 수 있습니다(Trump will be back.)”
우리정부 고위 관계자는 최근 기자와 만나 미국 워싱턴 정가가 심상치 않다고 밝혔다. 얼마전 미국 현지를 방문했던 그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일했던 전직 관료와 사담을 나눈 자리에서 트럼프의 대통령 복귀 가능성이 높다는 말을 들었다. 올해 11월 벌어지는 미국 중간선거에서 집권당인 민주당이 완패할 가능성이 높은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롯한 공화당 쪽 지지율이 심상치 않다는 것이 그 근거였다.
국내 통상 업계에서도 이 같은 ‘트럼프 변수’가 현실화 될 수 있다고 우려 중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올해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출범을 예고한 상황에서, 3년뒤에는 또다른 ‘새판’이 짜여질 수 있는 셈이다. 어떤 방향이든 통상 당국이 손익계산에 분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바이든 지지율 휘청.. 트럼프 컴백 가능성↑
15일 외교·통상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컴백’에 대한 우려가 글로벌 통상업계에서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는 유럽연합(EU) 등 여타 지역에서도 마찬가지다.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복귀할 경우 그의 주요 정책이었던 ‘아메리카 퍼스트’가 부활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통상 정책은 철저한 미국 우선주의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오바마 행정부 시절 추진하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미국인의 일자리를 빼앗을 수 있다며 탈퇴를 선언했다. 일본은 TPP의 명칭을 CPTPP로 변경하며 미국의 재가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러스트벨트’ 지역 표를 의식하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서는 트럼프의 정책을 뒤집기에 상당한 정치적 리스크가 수반된다.
트럼프가 복귀할 경우 개별국가와 맺고 있는 자유무역협정(FTA) 또한 미국의 이익을 극대화 하는 방향으로 재개정될 가능성이 높다. 대표 사례가 한국이다. 트럼프는 취임 직후부터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가 높다는 이유로 ‘한미 FTA 무효화’까지 주장하며 해당 조약을 미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개정을 강제했다. 이를 통해 미국은 미국 제조사별 2만5,000대로 제한을 뒀던 한국으로의 자동차 수출물량을 5만대까지 늘리는등 실리를 챙겼다.
우리 정부는 이후 미국의 통상 압박이 거세질 것을 우려해 미국산 석유 등 원자재 수입을 늘리는 방식으로 대미 흑자를 낮추는 등 트럼프의 눈치를 봤다. 실제 무역협회에 따르면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16년 대미 무역흑자액은 232억4,638만 달러에 달했지만 2017년(178억6,036만 달러), 2018년(138억5,161만달러), 2019년(114억6,533만달러) 등 3년 내리 급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복귀할 경우 ‘탄소중립’ 등 기후변화에 대한 글로벌 공조가 꺠질 수도 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지구온난화 현상에 대해 의문을 표하며 파리기후협약에서 탈퇴한 바 있다.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40%까지 상향하며 국제 사회의 탄소중립에 동참하려 했던 우리 정부의 ‘탄소중립 과속’이, 정권 교체 여부에 따라 미국의 지지를 얻지 못할 수 있다는 말이다.
세계무역기구(WTO)의 분쟁해결 기능을 마비시키며 WTO 체제를 무력화 시킨 것 또한 중국이 핵심 원인 제공자이기는 하지만, 마침표를 찍은 장본인이 트럼프다. WTO는 미국이 지난 2018년 중국산 제품에 부과한 2,340억달러 규모의 추가관세가 무역 규정에 맞지 않는다고 지난 2020년 판단했다. 당시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의 지식 재산권 침해와 보조금 부당지급 등을 문제 삼아 무역법 301조를 근거로 징벌 관세를 부과했지만 WTO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 미국은 이 같은 상황을 예상이라도 한 듯 2019년 WTO의 대법원 역할을 하는 상소기구 상소위원 임명을 보이콧 하며 WTO 판결의 효력을 정지시켰으며, WTO 정상화 논의는 여전히 공회전 하고 있다.
트럼프 견제위해.. 바이든도 아메리카 퍼스트?
이 같이 트럼프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바이든의 통상 정책 또한 ‘아메리칸 퍼스트’가 될 수밖에 없다. 실제 바이든 대통령은 자국 이해관계에 따라 주요 제품 관련 관세나 쿼터를 이용하며 주변국을 길들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철강에 관세를 부과했던 근거인 ‘무역확장법 232조’는 WTO 규정 위반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지만,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여전히 매력적인 카드다.
여기에 미국 의회는 자국 자동차 기업 보호를 위한 법안 설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표적 법안이 지난해 10월 미국 하원이 발의한 ‘미국내에 노조가 있는 기업이 생산한 전기차에 추가 지원금을 부과토록 한’ 세법 개정안이다. 해당 법안은 기존 전기차 한 대당 7,500달러의 세금 공제 혜택에, 노조가 결성된 미국 완성차 공장에서 생산한 전기차에 추가로 4,500달러의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 골자다. 여기에 미국산 배터리를 장착한 경우에는 500달러의 혜택을 추가로 제공한다. 멕시코에서 생산돼 미국에 수입된 전기차나 미국 현지에 공장이 있더라도 노조가 없는 외국 기업이 생산한 전기차는 4,500달러의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없다. 반면 해당 법안이 미국 상원을 통과할 경우 GM이나 포드와 같이 미국내 노조가 있는 자동차 기업은 상당한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특히 미시간·위스콘신·펜실베이니아 등 미국 중서부와 북동부의 쇠락한 공업지대를 일컫는 러스트 벨트 지역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누가 대통령이 되든 일자리 확보를 위한 미국 중심의 통상정책이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미국의 대외정책에서 ‘일자리 보호가 매우중요하다’라고 답한 러스트벨트 지역 응답자는 2018년 기준 73%로 미국 평균(69%)대비 4%포인트 높았다. 세계화가 미국에게 도움이 된다는 질문에서는 2020년 기준 미국 국민 평균이 65%인 반면 러스트밸트 지역은 4%포인트 낮은 61%에 그쳤다. 국제무역이 미국에 나쁘다고 답한 비율도 2020년기준 러스트벨트 지역은 미국 평균 대비 3%포인트 높은 27%에 달했다. 특히 북미자유협정(NAFTA)이 나쁘다고 평가한 러스트벨트 지역 응답자는 43%로 전국 평균 대비 무려 11%포인트나 높아, 러스트벨트의 ‘캐스팅보트’ 역할이 강해질수록 미국의 통상 정책은 더욱 보수적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트럼프의 컴백은 이 같은 미국 위주의 통상기조를 더욱 강화시킬 전망이다.
강문성 고려대 국제학부 교수는 “미국 민주당이든 공화당이든 ‘러스트밸트’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바이든 정부가 트럼프 정부 시절 당시 러스트밸트 표심 확보를 위해 추진했던 무역기조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러스트밸트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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