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증권이 3년 만에 전자 투표 시장에서 철수한다. 증권 업계 처음으로 전자 투표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가장 먼저 백기를 든 셈이다. 경쟁사보다 가입자 유치 실적이 저조하고 이용 법인의 니즈에 맞는 서비스 제공의 한계로 실익이 적다는 판단에서다.
13일 금융 투자 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2019년 2월에 시작한 전자 투표 시스템 ‘플랫폼V’를 지난해 말에 중단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이에 플랫폼V 사용을 계약한 이용 법인에 서비스 중단을 통보했다.
미래에셋증권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말에 전자 투표 시장에서 철수하기로 가닥을 잡고 최근 이용 법인에 이 같은 내용을 통보했다”며 “전자 투표 플랫폼은 법인 고객과의 접점을 넓힐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전자 투표에 필요한 각종 정보를 제공하는 데 여러 한계로 컴플레인이 많아 내부적으로 검토 끝에 플랫폼V 서비스 중단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미래에셋증권이 전자 투표 서비스를 중단한 배경에는 한정된 시장 규모에서의 경쟁이라 투자 대비 실익이 떨어진다는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온라인 메신저 카카오톡을 통해 전자 투표 실시와 바로 가기를 안내하고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화면에서 의결권을 조회할 수 있는 각종 서비스를 제공했지만 이용 법인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장 이용 법인 성적표만 본다면 낙제점이다. 미래에셋증권의 플랫폼V 서비스를 이용하는 법인은 첫해인 2019년 말 113개에서 2020년 말 190여 개로 늘었다가 지난해 150여 개로 줄었다.
반면에 후발 주자인 삼성증권의 플랫폼 ‘온라인 주총장’ 서비스를 이용하는 법인이 400여 개로 미래에셋증권보다 2배 이상 많다. 예탁결제원의 전자 투표 시스템 ‘K-VOTE’ 또한 지난해 주총 시즌에 이용 법인이 700여 개로 전년 대비 100개 늘어 증가 추세다. 신한금융투자도 전자 투표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이용 법인이 없어 경쟁 관계는 아니다. 상장 법인 2,400여 개 기업 가운데 1,600여 개 기업이 전자 투표 시스템에 가입했지만 실제 전자 투표 시스템을 통한 주주 참여율은 2%도 안돼 실효성 논란도 일고 있다.
증권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래에셋증권의 플랫폼은 무료로 제공하고 있어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는 데다 예탁결제원 플랫폼보다 서비스 수준이 떨어져 컴플레인도 많고 경쟁사인 삼성증권이 경쟁 우위를 점하면서 내부적으로 사업 철수라는 현실적 판단을 한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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