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의견 충돌로 ‘수소경제 육성 및 수소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 처리를 미루면서 ‘수소경제’ 활성화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수소법은 청정수소에 대한 개념을 정의하는 한편 청정수소 인증제와 청정수소 발전 의무화 제도 등을 통해 각종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법안이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해 7월 발의된 수소법 개정안은 이달 5일까지 총 네 차례의 법안 심사를 거쳤지만 여전히 법안 소위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여야는 청정수소 인정 범위에 대해 의견 차가 큰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 법에는 ‘수소 제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을 하지 않거나 현저히 적게 배출하는 수소’를 ‘청정수소’로 정의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여당에서는 탄소 배출이 없거나 적은 태양광·풍력 등의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생산한 ‘그린수소’ 위주로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원자력을 활용해 생산한 수소는 정부가 정의하는 그린수소에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또한 원자력을 활용해 생산한 수소를 ‘옐로수소(황색수소)’라고 부르며 사실상 원전을 활용한 방안을 검토하지 않는 모습이다.
반면 야당은 원전을 활용한 수소 생산 방안을 수소법 개정안에 넣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 전문가들은 24시간 상시 가동하는 데다 액화천연가스(LNG) 대비 발전 원가가 4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원전 없이는 수소 생산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해외에서 들여오는 수소도 국내 기술 등을 활용해 관련 설비를 마련하고 이를 운송할 경우 ‘수소 자급률’ 측면에서 국내 생산 수소와 차이가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오는 2030년께 상용화될 혁신형 소형모듈원전(SMR)은 기존 원전 대비 안전성이 획기적으로 높은 데다 설치가 용이한 만큼 이를 활용한 수소 생산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여당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수소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공회전하면서 민간의 수소 부문 투자 또한 본격적인 추진이 어렵게 됐다. 한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에너지 부문은 규제가 많기 때문에 정부가 관련 법 개정 등으로 확실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줘야 한다”며 “수소경제의 경제성에 대한 물음표가 계속 제기되는 상황에서 수소법 개정이라는 불확실성이 더해진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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