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3일 “슈퍼대통령 시대를 끝내겠다”고 밝혔다. 대통령 직선제 도입 이후 정착된 기득권 양당 체제의 실효성이 다 했으니 의회중심 다원적 정치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심 후보는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정치개혁 비전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기득권 양당 체제에서 공수만 바꿔가며 청와대 권력 쟁탈을 위해 극렬한 대결만 펼치는 지금의 구조에서 대통령이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심 후보는 “아무리 잘 해봐야 자기 권력과 지지율의 일부를 유지하다 임기를 마치는 것이 전부”라며 “적대적 정치와 증오정치의 피해는 국민에게 전가된다. 시민의 삶을 지키는 정치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 후보는 ‘1987년 체제’의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대통령 직선제 시행 이후 민주 질서가 순조롭게 안착됐다”면서도 “그러나 민주화는 정확히 여기에서 멈췄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5년에 한 번 대통령만 내 손으로 뽑는다고 해서 민주주의가 완성된 것은 아니다”라며 “일상의 삶에서 시민들이 매순간 민주주의 정치의 효능감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 후보는 이를 위해 “정치의 중심을 청와대에서 의회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권위주의 시대는 독재를 견제할 책임을 가진 의회가 약해서 생긴 문제였다”며 “그러나 민주화 이후에 의회를 제1 주권기관으로 세우는 과정은 외면됐다”고 강조했다. 심 후보는 “결국 대통령의 권력은 독재정권 못지않은 ‘슈퍼대통령’으로 강화됐고 의회는 통법부로 변질됐다”며 “슈퍼대통령과 함께 고착화된 기득권 양당정치는 불평등의 심화, 기후위기, 산업전환 등 시민들에게 절실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방치했다”고 꼬집었다.
구체적으로 심 후보는 청와대 권력을 분산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내각 위에 군림하는 청와대 비서실을 실무형 스텝조직으로 축소 개편하겠다”며 “그림자 내각의 형태를 하고 있는 청와대의 각 수석제도 역시 즉각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또 국무총리를 국회에서 추천하게 해 의회중심제도의 초석을 놓겠다는 구상이다.
의회를 정치의 중심에 놓기 위한 제도 개선도 제안했다. 다양성과 비례성을 강화하는 선거제도 개혁과 교섭단체 제도 개선을 통해 다당제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심 후보는 “오는 6월 지방선거부터 중대선거구제도가 도입 되도록 노력하겠다”며 “의회의 권한 강화를 위해 행정부의 법안제출권을 폐지하고 감사원을 의회로 이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국민발안제와 국민소환제를 도입하는 한편 광역 지방자치단체장과 대통령 선거를 제외한 선거에 결선투표제를 도입해 민의를 충실히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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