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크로스라기보다 상대 후보의 여론 지지가 떨어지면서 생긴 데드크로스입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27일 국가비전국민통합위원회 출범식에서 취재진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최근의 지지율 역전 현상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지지율 하락에 따른 반사이익이라는 점을 인식한 발언이다. 민주당 원내 지도부 의원도 “이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세라고 보기는 힘들다”고 진단했다.
최근 이 후보가 윤 후보의 지지율을 따라잡는 여론조사가 늘어나고 있지만 이처럼 이 후보 측이 마음을 놓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윤 후보의 하락한 지지율이 이 후보의 지지율 상승으로 연결되지 않고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오히려 하락하고 있어서다. 지지율이 수직 하락 중인 윤 후보 측은 일찌감치 비상등이 켜졌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선거대책위원회 사퇴 이후 선대위가 내분 상태인 데다 배우자 김건희 씨의 사과 이후에도 좀처럼 지지율 반등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20대 대선이 2개월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유력 후보 모두 갖은 의혹에 지지율은 하락하고 유권자의 표심은 길을 잃은 유례없는 선거가 펼쳐지고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24~25일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지지도를 물은 결과(신뢰 수준 95%, 표본 오차 ±3.1%포인트) 이 후보는 37.6%, 윤 후보는 35.8%를 얻었다. 1주 전 조사(17~18일)와 견줘 이 후보는 2.7%포인트, 윤 후보는 1.6%포인트 떨어졌다. 두 후보 모두 2주째 하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유권자의 지지 후보 교체 의향이 후보자 가족 이슈가 발생한 직전인 12월 2주 차와 비교해 6.5%포인트 상승했다. 이 후보의 아들, 윤 후보의 배우자 문제 발생 직전인 12월 2주 차의 지지 후보 유지 입장은 79%에 달했지만 보름여 만에 71.6%로 하락했고 교체할 수 있다는 입장은 18.2%에서 24.7%로 상승했다. 후보 교체 의향이 짙어지면서 부동층으로 넘어가는 유권자도 1.6%포인트 상승해 10.0%를 기록했다.
이 같은 흐름은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발견된다. NBS는 2주 사이 부동층이 8%포인트 늘어나 12월 4주 차에는 25%를 보였고 한국갤럽도 12월 3주 차 부동층은 16.6%로 직전 여론조사보다 2.3%포인트, 리얼미터 역시 한 주 새 1.1%포인트 증가한 8.8%를 나타냈다. KSOI는 여야 대선 후보와 가족을 두고 제기되는 각종 의혹과 네거티브 공방이 국민들의 정치 혐오를 부추기면서 유권자들이 마음 줄 곳을 찾지 못한 채 두 후보 모두에게서 등을 돌리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재묵 한국외대 교수도 “한국 유권자들은 선거에서 차악을 뽑으려고 하는 ‘부정적 당파성’을 가지고 있다”면서도 “그런데 이번 대선은 차악조차 고르기 힘들 정도로 두 후보의 비호감도가 높기 때문에 뽑을 후보가 없어 부동층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선이 다가올수록 진영별 결집 현상이 나타나면서 부동층 비율이 줄어드는 게 일반적이었던 것과 달리 이번 대선에서는 역주행이 가시화하고 있다는 얘기다. 결국 유력 주자인 두 후보에 대해 국민들의 낮은 호감도와 불신을 보여주는 단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이론적으로 선거가 다가올수록 주요 후보 간 지지율 격차는 더 좁혀져야 한다”며 “대선을 2개월여 남겨두고 지지 후보를 유보하는 유권자가 많아지는 현상은 예외적으로, 그만큼 비호감 대선이라는 현실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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