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일뱅크가 이달 공식적인 기업공개(IPO) 일정에 돌입해 이르면 내년 상반기 코스피에 입성한다. 현대오일뱅크의 IPO 도전은 이번이 세 번째로 최근 고유가로 실적 호전세가 뚜렷한 데다 재무구조 개선과 신사업 추진을 위한 자금 마련 필요성은 커 어느 때보다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현대오일뱅크의 상장 후 기업가치는 1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1일 “현대오일뱅크가 이달 중 거래소에 상장 예비 심사를 청구할 것” 이라며 “상장 계획을 구체화하는 첫걸음”이라고 밝혔다. 현대오일뱅크는 올해 실적이 담긴 결산 보고서를 바탕으로 상장할 계획이어서 내년 3~4월쯤 증권 신고서를 금융감독원에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은 상장 완료 시점을 내년 하반기로 잡고 있지만 투자은행(IB) 업계는 시장 상황에 따라 이르면 내년 상반기 코스피 데뷔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오일뱅크가 상장 작업의 시동을 예상보다 빠른 연말에 걸고 나선 것은 올해 실적이 단연 호조세이기 때문이다. 최근 고유가 속에 현대오일뱅크는 3·4분기까지 연결 기준 매출 14조 6,621억 원, 영업이익 8,516억 원을 기록했다. 증권 업계는 4년 만에 영업이익 1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영업 적자와 비교하면 대폭적인 실적 개선인 데다 최근 정제 마진이 계속 좋은 상황이어서 내년 실적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2012년과 2018년 두 차례 상장 예비 심사를 청구하며 코스피 입성을 노렸지만 국제 유가 하락과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사인 아람코를 상대로 한 지분 매각 등으로 상장 일정을 연기한 바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이번 IPO를 통해 아람코에 투자금 일부를 회수할 기회를 주면서 친환경 신사업 추진을 위한 자금도 마련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오일뱅크는 최근 자동차용 수소연료전지 사업과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얻은 뒤 이를 이산화탄소 등과 혼합해 만든 이퓨얼 등 친환경 연료 사업에 진출했다. 최근 관계사인 현대중공업(329180)이 IPO를 통해 친환경 선박 투자를 위한 자금 조달에 성공한 경험도 상장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오일뱅크의 상장 몸값은 10조 원 이상으로 추산됐다. 현대오일뱅크가 2019년 아람코에 지분 17%를 넘길 당시 기업가치는 8조 1,000억 원으로 평가됐다. 투자금 회수와 신주 모집 등을 고려하면 10조 원 안팎의 시가총액은 충분히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오일뱅크의 최대주주는 현대중공업지주(267250)로 지분율은 74%다.
한편 현대오일뱅크의 대략적 상장 일정이 확정돼 내년 공모주 투자 열기도 올해 못지않게 뜨거울 것으로 보인다. 당장 LG에너지솔루션이 내년 1월 공모에 나서고 현대엔지니어링과 원스토어 등이 거래소의 상장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최근 상장 주관사 선정을 끝낸 SSG·SK쉴더스·마켓컬리·오아시스·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도 내년 중 IPO가 추진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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