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비닐을 기기에 투입하면 4~5시간 후 열분해유가 나오기 시작하는데 수분을 빼내고 식히는 과정까지 총 14시간 정도 소요됩니다.”
지난 18일 인천광역시 서구에 위치한 뉴에코원에 들어서자 입구 왼쪽에 높게 쌓여 있는 폐비닐 더미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라면, 과자, 일회용 마스크 포장지와 편의점 비닐 봉투가 성인 남성 키의 두 배 높이로 겹겹이 쌓여 있었다. 이물질이 남아 있는 비닐도 다수 눈에 띄었다. 일반적으로 재활용이 어려워 소각되는 쓰레기지만 이곳에서는 SK지오센트릭과 열분해 전문기업 에코크레이션의 기술력이 더해져 플라스틱 원료로 재탄생하게 된다.
지난달 SK종합화학에서 신규 사명으로 새출발한 SK지오센트릭은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해 다시 석유를 뽑아내는 세계 최대 친환경 도시유전 기업’을 선언했다. 이와 함께 에코크레이션의 지분 25%를 취득하는 등 열분해 기술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SK지오센트릭은 뉴에코원에서 에코크레이션의 기술을 적용해 열분해 설비를 시험 가동 중에 있으며 다음 달이면 상업 생산을 시작한다.
열분해 설비가 모여 있는 내부로 들어서니 촉매탑·물탱크·반응로·열교환기 등 각 기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소리가 150평 규모의 공장을 가득 메웠다. 옆으로 누운 원통 모양의 반응로 안에 폐비닐이 들어가면 450도 정도의 열이 가해지며 화학적반응을 거쳐 불순물이 제거된 후 열분해유가 만들어진다. 전범근 에코크레이션 대표는 “하루 10톤 정도의 폐비닐이 들어가면 열분해유 6톤이 나온다”며 “이곳에서 생산한 열분해유를 SK에 공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에코크레이션의 폐플라스틱 열분해 기술은 다른 업체와 비교해 열분해 공정 과정에서 생산되는 염화수소를 80% 이상 제거해 대기오염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또 석유화학의 주원료인 나프타도 안정적으로 분리 생산할 수 있는데 최근 양사는 열분해유에서 25%까지 나프타를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SK지오센트릭은 내년 상반기 안에는 이 비율을 45%까지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최종적으로 50%까지 분리할 것으로 전망한다. 일반적으로 열분해유에서 나프타는 10~12% 나온다.
SK지오센트릭은 이날 앞서 대전 SK이노베이션 환경과학기술원에 있는 열분해유 후처리 설비도 공개했다. 환경과학기술원은 SK지오센트릭과 함께 열분해유 속 불순물을 제거하는 후처리 기술을 개발·적용함으로써 열분해유를 친환경 원료유로 탈바꿈했다. 함형택 SK지오센트릭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일반 플라스틱을 열분해하면 염소·질소·황 등이 발생하는데 이런 불순물은 부식이나 폭발 위험이 있어 이를 제거하기 위한 후처리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SK이노베이션이 정유·석유화학 업계에서 다양한 원유를 처리하면서 얻은 처리·공정 기술 노하우를 바탕으로 국내에서 열분해유 후처리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SK지오센트릭은 미국 열분해 전문 업체 브라이트마크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해 글로벌 기술과 자체 기술을 결합한 대규모 열분해유 공장을 울산에 건설하기로 한 상태다. 양사는 오는 2024년 상업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곳에서 생산하는 열분해유를 SK지오센트릭 석유화학 공정 원료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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