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 들어 폭등한 집값 때문에 서울에서 재산세 부담이 인상 상한(30%)까지 늘어난 가구가 87만여 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주택 실수요자들의 경우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떠안으며 세금 부담만 늘어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서울시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재산세가 전년 대비 상한선인 30%(공시가격 6억 원 초과 대상)까지 오른 가구는 올해 기준 87만 2,135가구다. 정부가 들어선 지난 2017년의 4만 406가구에서 4년 만에 무려 21.6배나 늘어났다. 부과된 세금 또한 2017년 298억 8,698만 원에서 올해 7,559억 136만 원으로 25.3배나 폭증했다.
주택분 재산세는 과도한 세 부담 증가를 막기 위해 최대 30% 이상 올려 받지 못하도록 돼 있다. 현 정부 들어 부동산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한 데다 정부가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에 나서면서 세금 계산의 기초 자료가 되는 공시가격도 크게 올라 서울 주택 보유자들의 세 부담은 급증했다. 세 부담 상한 덕분에 세금을 30%만 더 내게 된 것이 다행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현 정부 들어 ‘30% 상한’까지 세 부담이 늘어난 곳은 노원구(1만 6,354가구, 8,177배), 금천구(5,666가구, 5,666배), 성북구(2만 5,665가구, 2,851배) 등 비교적 중저가 주택이 몰린 자치구에 특히 많았다. 대규모 신축 단지가 많이 들어선 강동구도 2,875배로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은퇴 후 전 재산이 거주하는 집 한 채뿐인 고령층은 세 부담 증가를 버텨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집주인들의 세 부담이 증가한 만큼 정부 세수도 대폭 늘어났다. 서울의 주택분 재산세 총액은 2017년 8,979억 원에서 2021년 1조 7,266억 원으로 두 배 가까운 92.2%(8,287억 원) 증가했다. 그나마 1주택자 재산세 감면 기준이 공시가 9억 원으로 확대되면서 세금 부담이 줄어든 결과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집값 상승의 부작용을 국민들의 조세 부담으로 전가한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1가구 1주택 실수요자에 한해서라도 재산세 부담을 경감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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