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사업 분할 확정을 통해 다음 달 1일 배터리 신설 법인이 공식 출범해 관심이 쏠린다. 글로벌 선두권 업체로 도약하기 위해 투자 확대에 속도를 내겠다는 구상이다. 전 세계적인 증설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배터리 생산능력을 빠르게 끌어올리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임시 주총에서 정관 일부 개정 및 배터리 사업과 석유개발사업(E&P) 분할계획서 승인 안건이 모두 승인됐다고 밝혔다. 두 신설 법인의 분할 안건은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80.2%의 찬성률로 통과됐다.
이에 따라 신설 법인 ‘SK배터리주식회사(가칭)’와 ‘SK이앤피주식회사(가칭)’는 오는 10월 1일 공식 출범한다. SK배터리는 전기차용 중대형 배터리 생산은 물론 전기차 배터리 서비스 사업,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을 맡는다. 배터리 신설 법인의 대표는 SK이노베이션에서 배터리 사업을 총괄해온 지동섭 사장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새 사명 이름은 특허청에 상표권이 출원된 ‘SK 온(on)’ ‘SK 배터러리(betterery)’ ‘SK 넥스트(next)’ 중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SK이앤피는 석유 개발 생산·탐사·탄소포집 및 저장(CCD) 사업을 수행한다.
SK이노베이션은 이번 분할을 발판으로 배터리 부문의 성장을 가속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미 1,000기가와트시(GWh) 이상의 수주잔액을 확보한 SK이노베이션은 한국·미국·중국·유럽에 전기차 배터리 생산 거점을 구축해 증설 중이다. 연간 배터리 생산능력은 현재 40GWh에서 2025년 200GWh, 2030년 500GWh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500GWh는 전기차 약 750만 대분으로 이를 달성할 경우 세계 1위로 도약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전기차 외에 ESS·플라잉카·로봇 등으로 배터리 적용 영역을 점차 확장하겠다는 것이 SK이노베이션의 구상이다.
투자 확대를 위한 재원 마련 방안으로는 배터리 신설 법인의 기업공개(IPO), 합작법인(JV) 설립 등이 거론된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배터리 사업의 양적·질적 확장을 위해서는 투자 재원의 적기 확보가 필수적”이라며 “배터리 사업을 분할해 JV 설립 및 전략적·재무적 투자자 유치 등 다양한 투자 재원 확보 방안을 다양하게 검토해 실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IPO의 경우 장기적인 관점에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김 사장은 “IPO에 서두르지 않겠다”면서 “기업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는 시점에 상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국과 중국 배터리 업계의 증설 경쟁이 본격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1위 배터리 업체인 중국 CATL은 최근 약 10조 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나서는 등 지속적인 자금 조달을 통해 캐파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또한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함께 미국 오하이오주·테네시주에 공장 2곳을 짓고 있으며 현대차그룹과는 인도네시아에 배터리 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 삼성SDI는 미국에 배터리 공장을 세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선두권 배터리 업체들이 수조 원을 들여 캐파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면서 “향후 4~5년이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한 골든타임”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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