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페이 등 핀테크 기업을 금융 혁신의 첨병으로 내세웠던 금융 당국에서도 분위기 변화가 감지된다. 우선 이들을 매개로 해 다음 달쯤 만들기로 했던 대출 갈아타기 플랫폼 출범은 기약 없이 미뤄질 위기에 처했다. 카카오페이 등 금융 상품 소비자와 판매자를 이어주던 핀테크 업체도 금융소비자보호법의 ‘철퇴’를 맞았다. 내년 치러지는 대선까지 ‘정치의 계절’이 이어지는 만큼 핀테크 산업 성장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간 금융 당국은 핀테크 기업을 금융 산업의 혁신을 촉발하는 ‘메기’로 활용해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토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이다. 지난 8월 상장한 카카오뱅크는 현재 시총이 34조 원가량으로 ‘리딩뱅크’인 KB국민은행(21조 원)을 훌쩍 앞질러 있다.
이렇다 보니 빅테크에 종속을 우려하는 시중은행에서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기존 금융권이 촘촘한 규제에 꽁꽁 묶여 있는 새 ‘사각지대’에 있는 핀테크 기업만 훨훨 날고 있다는 것이다. 핀테크 기업에 우호적인 금융 당국을 향한 기존 금융권의 반발도 거셌다.
오는 10월 출범을 예고했던 대출 갈아타기 플랫폼이 무기한 연기된 게 좋은 사례다. 대출 갈아타기 플랫폼은 각 은행의 대출 인프라를 연결한 뒤 카카오페이나 토스 등의 대출 비교 서비스를 통해 한 곳에서 대환대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핀테크 업계에서는 출범이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도 내놓고 있다.
정치권의 시선이 차가워지면서 금융 당국도 깐깐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핀테크 업체의 한 관계자는 “최근 핀테크 기업을 대하는 금융 당국의 태도도 보수적으로 바뀌고 있다”며 “아직은 기우일뿐이지만 카카오 등 빅테크를 향한 규제가 입법화하게 된다면 군소 핀테크 업체도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변화가 이미 현실화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위는 이달 7일 카카오페이·토스 등에 서비스에 관해 제동을 건 바 있다. 온라인 금융 플랫폼에서 투자, 보험 상품 등을 추천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때 단순 광고가 아닌 판매가 목적이라면 ‘중개’로 봐서 라이선스를 획득하라는 게 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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