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내사 사건 종결 과정에서 부실 수사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실시해온 자체 점검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경찰의 자체 점검 결과 현지 시정과 재수사 등 8,645건의 후속 조치가 이뤄졌지만 이 가운데 주의·경고는 단 4건에 불과했다. 징계가 이뤄진 경우는 아예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용구 전 차관 폭행 사건과 16개월 입양아 정인이 사망 사건 모두 초기 부실 수사 정황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무더기 징계가 이뤄진 것을 고려하면 경찰의 자체 점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19일 서울경제가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경찰이 내사 종결한 사건에 대해 자체 점검을 실시하고 시정 조치를 내린 사건은 지난해 5,932건, 올해 상반기 2,713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재수사로 이어진 경우는 지난해 83건, 올해 상반기 10건에 불과했다. 이와 관련해 주의·경고를 받은 경찰은 4명이었고 징계는 단 한 건도 없었다. 내사 종결 과정에서 중대한 오류가 없었다고 판단한 셈이다.
각 시도 경찰청은 일선 경찰서에서 정식 수사로 전환됐어야 할 사건이 내사 단계에서 종결되지는 않았는지, 종결 과정은 적법했는지 등을 분기마다 점검하고 문제가 발견되면 시정 조치한다. 내사는 정식 수사와 다르게 사건을 검찰로 송치해야 할 의무가 없는 만큼 부실 수사나 봐주기 수사 우려가 있어 주기적 점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전 차관 사건이나 정인이 사건 역시 내사 단계에서 무마됐지만 경찰의 자체 점검 과정에서 전혀 걸러내지 못했다. 결국 부실 수사 의혹이 공론화된 다음에야 두 사건을 담당했던 경찰관 10명이 뒤늦은 징계를 받았다. 경찰 자체 점검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경찰 자체 점검의 후속 조치로 이뤄진 시정 조치도 지역별로 천차만별이다. 강원경찰청의 경우 지난해 단 1건에 불과하던 시정 조치가 올 상반기에만 497건에 달했다. 수사권 조정 이후 3중 심사 체계가 마련되면서 올 들어 내사 종결 사건에 대한 대다수 지방경찰청의 시정 조치가 줄어든 것과는 대조적이다. 실제로 경기남부청의 경우 지난해 3,054건에서 올해 상반기 904건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반면 제주경찰청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내사 종결 사건에 대해 단 1건의 시정 조치도 없었다. 이에 대해 제주청 관계자는 “책임수사지도관 신설 등 3중 심사 체계가 시행되긴 했지만 별다른 지침이나 기준이 없어서 업무 처리에 혼선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경찰 자체 점검의 실효성에 의문이 커지고 있는 만큼 내사 종결 사건을 보다 면밀하게 관리·감독할 수 있는 내·외부 통제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경찰청은 지난 2월 이 전 차관 사건의 후속 대책으로 내사 사건에 대한 상급 기관의 관리·감독을 내실화하고 시도 청별로 재수사 필요성을 판단하도록 하는 등 내부 심사를 강화하겠다고 했지만 달라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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