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최근 눈에 띄게 시짱자치구(티베트)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달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이 방문한 데 이어 권력 4위인 왕양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이 이곳을 찾았다. 미국·인도와의 갈등 속에서 최근 아프가니스탄 탈레반까지 확장하는 상황에서 특히 티베트의 안정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18일 관영 신화통신은 왕양 정협 주석이 ‘시짱 평화해방 70주년 기념식’ 참석을 위해 티베트를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왕 주석은 이날 오후 티베트 수도 라싸에 도착해 ‘시짱 평화해방 70주년 기념 전시회’에 참석하고 티베트 내의 주요 인사들과 회담했다.
신화통신은 “현지 관리들이 당 중앙의 관심에 감사를 표시하고 당과 함께 장기적인 안정과 발전하는데 노력할 것을 다짐했다”고 전했다. ‘시짱 평화해방 70주년 기념식’은 19일 오전 라싸의 포탈라궁광장에서 열린다.
왕양의 티베트 방문은 기념식 참석 차원이기는 하지만 최근 상황을 고려하면 다소 이례적으로도 해석된다. 앞서 지난달 22일 시진핑 주석이 라싸를 방문해 지역 시찰과 관리들을 만났다. 시진핑의 티베트 방문은 지난 2013년 취임 후 처음이었다.
즉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상무위원이자 권력 1위와 4위가 한달 만에 특정 지역을 잇따라 방문한 셈이다. 그만큼 중국 정부가 최근 티베트에 대해 신경을 쓴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올해는 중국의 티베트 점령 70주년이다. 이와 함께 농촌 지역이 주된 이곳의 최근 ‘빈곤 탈출’ 성과 등을 대내외에 과시하는 중국중앙방송(CCTV) 등 관영 매체의 선전 보도도 이어지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미국과의 갈등에 티베트가 주요 고리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은 신장위구르를 비롯해 티베트에 대한 인권탄압 비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지난달 말에는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인도에서 직접 달라이 라마 측 대표단과 접촉하며 중국의 신경을 긁어놓았다. 중국에서는 달라이 라마 등 인도내 티베트 망명자들을 ‘분열주의자’로 비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장악도 티베트의 지정학적 중요성을 높이고 있다. 만약 탈레반의 목표는 신장위구르겠지만 위구르가 흔들릴 경우 바로 남쪽의 티베트도 영향받을 수 있다. 중국으로서는 티베트의 안정이 급선무인 셈이다.
한편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티베트는 올해 상반기 926억위안의 국내총생산(GDP) 실적을 올렸는데 이는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0.46% 늘어난 데 그친 것이다. 티베트 성장률은 중국내 모두 31개 성·자치구·직할시 가운데는 꼴찌였다. 기저효과를 감안한 지난 상반기 중국의 전국 평균 성장률은 17.03%였다.
또한 지난 상반기 기준 티베트의 경제규모는 전국의 0.17%에 불과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기준 인구조사에서 티베트 인구가 364만명으로 전국의 0.26%였던 것에 크게 못 미치는 것이다. 티베트의 경제상황이 중국 당국의 선전만큼 좋지는 않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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