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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 임금과 주거비용 주목해야···물가상승을 보는 월가의 분위기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15일(현지 시간) 미국 시카고 맥코믹 플레이스에서 열린 ‘시카고 오토쇼 2021’ 현장. 생각보다 많은 인원이 행사장을 찾아 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물가상승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시카고=김영필 특파원




지난 주 ‘시카고 오토쇼 2021’에 다녀왔습니다. 팬데믹 이후 열리는 첫 메이저 모터쇼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는데요. 그 사이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대비 5.4% 상승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면 대응하는 게 부적절하다”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지만 “만약 인플레 리스크가 지속적이라면 금리를 올리겠다”는 말도 남겼는데요.

오늘은 일요일로 미국 장이 없는 날이지만 지난 금요일부터 주말까지의 월가의 분위기를 알아보려고 합니다. 인플레 이슈는 당분간 지속될 것인 만큼 정리하는 개념으로 전해드립니다.

고인플레, 문제는 지속 기간…중고차, 내년엔 디플레 요인될 수도


전월 대비 0.9%, 전년 대비 5.4%라는 6월 CPI는 시장의 전망치를 크게 웃도는 수준입니다. 어쨌든 지금 높은 수준의 물가상승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월가에서도 모두 동의하고 있지요.

추가로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일 것이라는 데도 어느 정도의 공감대가 있긴 합니다. 다만, 이 일시적이라는 말의 의미가 뭐냐는 데서 갈리는데요. 스테파니 링크 하이타워 최고투자전략가는 “인플레이션이 있음은 분명하다. 중요한 것은 일시적이라는 말의 정의”라며 “얼마나 길거냐인데 중기적이거나 장기적이라면 당분간 인플레가 유지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즉 3개월을 일시적이라고 하느냐, 아니면 6개월, 이보다 긴 1년이냐 등으로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겁니다. 연준이 계속해서 반복하는 내용 가운데 하나가 장기적인 인플레 목표가 2%에 잘 고정돼 있다고 하는 부분입니다. 내년, 내후년을 얘기하는 것인데 상황은 계속 달라질 수 있습니다. 지난 주 파월 의장은 “이번 물가상승은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크다”고 시인했습니다. 연준이 틀릴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물가상승은 일시적이라고 할 때, 그 일시적이라는 말의 기준이 어느 정도의 기간을 뜻할지가 중요하겠다. /로이터연합뉴스


일시적이라는 말의 뜻은 상대적입니다. 하지만 시장과 투자자들에게는 의미가 크지요.

이와 별도로 고려해야 할 게 하나 있습니다. 바로 중고차인데요. 6월 CPI 상승의 3분의1이 중고차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것 때문에 물가상승이 일시적이라고 하는 얘기가 많지요.

실제 최근 미국에서는 2~3년 정도 중고차를 탄 뒤 되파는 과정에서 자신이 샀던 가격보다 비싸게 받는 사례가 나오는데요. 3달 전에 1만4,000달러에 산 중고차를 다시 1만5,000~1만6,000달러에 매매하는 식입니다. 그 기간 동안은 공짜로 탄 것이고 여기에 웃돈을 더 받은 셈이죠.

이는 자동차용 반도체 같은 공급망 문제 때문인데요. 시장이 상당히 왜곡돼 있습니다. 내년쯤 정상화한다고 보면 1만5,000~1만6,000달러짜리 중고차는 사실 못해도 1만달러대 초반으로 떨어져야겠지요.

이는 물가가 하락함을 의미합니다. 물가상승분의 3분의 1을 차지했던 중고차값이 중립을 넘어 하락한다는 것은 물가상승분의 절반 정도가 사라질 수 있음을 뜻합니다.

물론 공급망 문제가 바로 해결되지는 않기 때문에 시간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어쨌든 일시적이라 게 어느 정도까지를 말하게 될 건지를 되새겨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월가의 사정에 정통한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중고차 가격이 내년에는 디플레이션 요인”이라며 “CPI의 3분의1이 중고차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내년에는 전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로 전환할 수 있다고 보는 IB들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심상치 않은 임금상승…퇴거유예조치 종료 고물가 트리거 될 수도


하지만 앞서 설명드린 대로 일시적이라는 말이 실제로는 중장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여러 요소를 함께 꼼곰이 들여다봐야 합니다. 여러 번 언급드렸지만 월가에서는 임금 인플레이션을 크게 우려하고 있습니다. 치폴레와 맥도날드 같은 패스트푸드부터 주요 대기업, 인턴직까지 급여가 계속 상승세입니다. 높아지는 기대 인플레 우려는 임금인상 요구를 더 키울 수도 있는데요.

여기에 중요한 것이 렌트비 같은 주거비용입니다. 지난달 말 연방대법원은 코로나19로 인한 세입자의 퇴거유예를 이달 말까지로 연장해줬습니다. 긴급사태를 맞아 월세를 못 내도 집주인이 쫓아내지 못하게 한 것이죠. 당시 대법원은 “더 이상의 기간 연장은 없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못 박았습니다. 물론 관련법을 마련해 국회승인을 받으면 되지만 시간이 걸릴 겁니다.





인플레에 대한 월가의 관심은 임금과 주거비용에 쏠려 있다. 이 부분을 눈여겨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문제는 이것이 주거비용의 상승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입니다. 최근 미국의 급격한 집값 상승 얘기는 다들 들어보셨을 겁니다. 임대인들은 퇴거유예조치로 매달 130억 달러(약 15조 원)의 손실을 보고 있다고 주장하는데요. 집값이 오르면서 상승한 렌트에 그동안의 손실을 더하면 월세는 더 오르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것이 지속적이면서 높은 인플레이션의 트리거(방아쇠)가 될 수 있다는 게 월가의 핵심적인 우려 사항 가운데 하나입니다. 스테파니 링스 최고투자전략가는 “임금인상과 주거비용 상승 가능성을 눈여겨봐야 한다”며 “채용공고만 920만개다. 사람이 없어 임금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월가의 사정에 정통한 또다른 관계자도 “연준은 직접적으로 얘기 안 하지만 팬데믹에 퇴거를 유예해준 조치가 있는데 이게 추가 연장이 안 되면 가을부터 렌트가격이 CPI 상승에 기여할 수 있다”며 “여름이 지나면서 주목해야 할 것들”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기대 인플레 해석은 엇갈려…연준, 바로 움직여도 약발 듣는 데 시간필요


또 하나 따져볼 게 앞으로의 물가상승률을 점치는 기대 인플레이션입니다. 높은 기대 인플레이션이 결국 금리상승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에서도 관심이 적지 않은데요.

‘3분 월스트리트’에서 전해드린 대로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향후 1년 간 기대 인플레이션은 4.8%로 지난 2013년 관련 자료 집계를 한 이후 최고치인데요.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기대 인플레로 직관적이어서 이해가 쉽습니다. 연준의 목표보다 2배가량 높을 수 있다는 뜻이지요. 정부가 무슨 말을 하든 집값이 뛰는 한국처럼 중앙은행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 물가상승이 걷잡을 수 없게 되고 기대 인플레는 그 출발점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다만, 기대 인플레와 관련해 같이 볼 것 중의 하나가 BEI(Brakeeven Inflation Rate)입니다. 명목 미 국채 수익률에서 물가연동국채(TIPS) 수익률을 뺀 것으로 인플레이션 전망이 높아지면 BEI가 확대되는데요. 기대 인플레를 예측할 수 있는 또하나의 수단입니다.

10년 물 기준으로 보면 지난 5월에 2.6%포인트 가까이까지 확대됐다가 지금은 다시 2.3%포인트 수준으로 내려왔습니다. 월가의 한 관계자는 “BEI는 기술적으로 기초자산이 CPI인 반면 연준의 평균 2% 물가 목표는 개인소비지출(PCE) 지수”라며 “과거 CPI가 PCE보다 30~40bp(1bp=0.01%p), 평균 35bp 높았는데 연준의 목표치인 2%에 35bp를 더하면 딱 지금 수준이 된다. 앞서 2.6% 수준일 때는 인플레 우려가 컸는데 지금은 아니라는 얘기”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럼에도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채권왕이라고 불리는 군드라흐는 “지금의 인플레이션은 1970년대를 연상시킨다”고 할 정도니까요.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연준의 통화정책의 방향을 바꾸더라도 시장에서 약발이 듣는 데 시간이 걸린다. 선제적 대응에서 사후적 대응으로 정책 기조를 변경한 지금, 연준의 뒤늦은 대응이 더 큰 금리상승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AP연합뉴스


이는 연준의 통제능력에 대한 의구심이기도 합니다. 1970년대의 두 자릿수 물가상승은 없겠지만 연준이 인플레라는 야생마를 길들일 수 있을까 하는 것이죠.

주목할 부분은 연준의 통화정책의 근간을 바꿨다는 것입니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기존의 선제적 대응에서 사후 대응으로 바꿨죠. 즉 경제전망이나 기대가 아니라 사후에 지표를 확인한 뒤에 통화정책을 쓰는 것으로 변했습니다.

선제적 대응은 판단이 잘못됐을 경우 경제를 그르칠 수 있습니다. 반면 사후적 대응은 너무 늦을 수 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핵심지표가 나오는데 한두 달, 연준이 정책 변경을 결정하는데 추가로 드는 시간, 정책변경이 시장에 실질적인 효과를 내는데 시간이 필요합니다. 중앙은행 관계자들은 금리인상이나 긴축 같은 정책이 실제로 효과를 내는데 최소 6개월에서 1년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앞의 두 가지를 더하면 시간은 더 길어지겠죠.

연준을 둘러싼 우려 가운데 하나가 이것입니다. 너무 늦을 수 있다는 것이죠. 이 경우 더 많은 금리인상을 통해 급브레이크를 밟아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습니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선임고문이 계속해서 문제제기를 하는 부분입니다. 손성원 로욜라메리마운트대 교수 겸 SS이코노믹스 대표는 “연준은 인플레에 선제적으로 나서기보다 여기에 (사후적으로) 대응하기로 했다”며 “일단 인플레가 시작되면 그것을 통제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고 선제적으로 대응했을 때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의 금리를 요구하게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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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부 뉴욕=김영필 기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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