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경제 성장기에 수출 역군으로 활약했던 종합상사가 환골탈태에 나서고 있다. ‘상사’라는 타이틀은 떼어버리고 기존 트레이딩 중심 사업 포트폴리오를 친환경 미래 사업으로 재편하고 있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폭증하는 2차전지 소재를 확보하기 위한 종합상사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종합상사들은 모두 사명에서 ‘상사’라는 이름을 뗐다. 현대종합상사가 올 4월에 현대코퍼레이션(011760)으로, LG상사가 이달 들어 LX인터내셔널(001120)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지난 2010년 포스코그룹에 편입된 ㈜대우는 2016년 포스코대우로 사명을 바꿨다가 2019년 포스코인터내셔널(047050)로 이름을 변경했다.
사명에서 상사를 뗀 종합상사들은 기존 사업 포트폴리오를 갈아엎고 있다. 철강·석탄·석유화학 트레이딩 비중을 줄이고 신사업 진출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가장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는 것은 LX인터내셔널이다. LX인터내셔널은 주력이었던 석탄 사업 비중을 점진적으로 줄여나갈 계획이다. 대신 니켈·리튬 등 2차전지 원료 광물 분야를 집중 공략한다. 이를 위해 인도네시아 니켈광 개발 사업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 친환경 사업 분야도 늘려간다. 수력발전 등 해외 신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을 비롯해 탄소 배출권, 폐기물·폐배터리 처리 등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할 방침이다.
SK네트웍스(001740)는 일찌감치 트레이딩 사업에서 손을 떼기 시작했다. 그간 꾸준히 규모를 줄여왔던 철강 트레이딩 사업을 내년 6월 30일부로 완전히 끝낸다. SK네트웍스는 2009년 렌터카 사업에 진출한 후 2018년 9월 AJ렌터카를 인수해 SK렌터카로 통합하고 2016년에는 동양매직을 인수해 SK매직으로 사명을 바꿔 자회사로 편입하는 등 종합 렌털 기업으로 다시 태어났다. 이 과정에서 2016년 면세점 사업 정리, 2017년 패션 사업 부문 양도 등 사업 재편에 집중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철강·에너지와 함께 식량을 3대 핵심 사업으로 선정해 육성하고 있다. 2019년 9월 우크라이나 흑해 연안에 연간 250만 톤 규모의 곡물 수출 터미널을 준공해 유럽연합(EU)과 중동·북아프리카 및 아시아 지역에 옥수수·밀 등 곡물을 판매하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의 곡물 교역량은 2015년 84만 톤에서 지난해 약 800만 톤으로 10배가량 늘었다. 2022년에는 1,000만 톤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차 부품 시장의 가파른 성장에 발맞춰 핵심 부품인 구동모터코아 생산도 확대한다.
삼성물산(028260) 상사 부문 역시 전 세계적인 저탄소·친환경 기조에 발맞춰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비롯해 2차전지 소재 공급 등 친환경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탈(脫)석탄 선언을 한 데 이어 신재생에너지 선진 시장인 북미를 중심으로 태양광 등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2차전지 소재 분야에서는 구리·코발트 등 주요 소재의 트레이딩 사업과 전기차 배터리 리사이클링에서 회수한 니켈과 코발트를 2차전지 제조사에 공급하는 사업에 주력한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들의 트레이딩 기능 내제화 등으로 한계에 부딪혔던 종합상사들이 탈탄소 시대를 맞아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모습이 확연하다”고 전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