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확산으로 플라스틱 재생 소재를 쓰려는 기업들이 늘면서 원재료가 되는 폐플라스틱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국제유가 상승 영향으로 원유를 기반으로 하는 석유화학 제품 가격 자체가 뛴 탓도 있지만, 이와 함께 공급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폐플라스틱 수요가 급증한 영향도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내년부터는 플라스틱 폐기물 수입이 전면 금지되는 만큼 가격 추가 상승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 판단이다.
30일 환경부 자원순환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6월 ㎏ 당 289.9원이던 압축 폴리에틸렌(PE) 전국 평균 가격이 올해 6월 350.4원을 기록했다. 1년 새 가격이 20.9% 뛰었다. 압축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 가격은 같은 기간 215.1원에서 301.9원으로 40.4% 급등했다. 지난 2017년 8월 305.6원 이후 4년여 만에 최고치다. 압축 폴리프로필렌(PP) 가격도 1년 동안 262.6원에서 319.6원으로 21.7% 상승했다.
수거된 플라스틱을 정육면체 형태로 찌그러뜨린 압축 폐플라스틱 가격이 껑충 뛰면서 이를 분쇄해 세척·건조한 1차 가공물인 재생 플레이크(flake) 가격도 비슷한 상승률로 올랐다. 화학업계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국면에서 외부 활동이 제한되면서 페트병 소비가 줄었고, 이 때문에 수거할 페트병이 줄어 결과적으로 재생 페트 가격이 올랐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화학업계는 재생 플라스틱 가격이 더욱 오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가 국내 플라스틱 폐기물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지난해 6월부터 페트 등 4종의 플라스틱 수입을 금지했고, 내년부터는 모든 플라스틱 폐기물로 대상을 확대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분리 배출된 폐플라스틱 재활용 비율을 현재 54%에서 오는 2025년까지 70%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올해 초부터 국가 간 폐기물 수출입을 막는 바젤협약도 발효됐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폐플라스틱 재활용 비율이 낮다고 하지만 쓸 만한 A급 폐기물은 공급이 제한적”이라며 “재활용이 용이한 폐기물에 대한 프리미엄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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