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요타자동차의 오너인 도요타 아키오 사장이 자율주행 등 모빌리티 소프트웨어 개발을 맡는 자회사에 사재 50억엔(약 509억원)을 출연했다. 도요타의 자율주행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5일 일본 토요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도요타 사장은 도요타의 연결 자회사인 우븐플래닛홀딩스에 50억엔을 사재로 출연했다. 워븐플래닛홀딩스는 소프트웨어 등 모빌리티 관련 다양한 개발을 맡고 있다.
사재 출연은 도요타 사장이 지난해 약속한 사안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해 7월 도요타 직원들 앞에서 영어로 조직개편에 대해 발표하면서 “상당한 액수의 사재를 새로운 회사에 투입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도요타 창업주인 도요타 기이치로가 차를 만드는 데 사재를 투입한 사실을 언급하기도 했다. 창업자의 4대손인 도요타 아키오 사장으로서는 앞으로 자동차 자체를 뛰어넘어 자율주행 등 소프트웨어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도요타는 오너의 전폭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소프트웨어 관련 투자 확대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지난 4월 우븐플래닛은 우버에 이어 미국 2위 차량호출 업체인 리프트의 자율주행차 부문을 5억5,000만달러(약 6,0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리프트는 우븐플래닛이 선불 지급금으로 2억달러를 먼저 지불하고 나머지는 5년 동안 나눠 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리프트가 코로나19 사태로 차량호출 사업이 직격탄을 맞은 상황에서 자율주행 강화가 시급한 도요타가 전격 인수에 나선 것이다.
도요타의 투자는 이뿐이 아니다. 로보틱스앤오토메이션뉴스에 따르면 우븐플래닛의 투자 자회사인 우븐캐피털은 최근 사물인터넷(IoT)을 지원하는 플랫폼 회사 라이드셀에 투자했다. 우븐캐피털은 모빌리티, 자동화, 인공지능(AI), 데이터 및 분석, 연결성, 스마트 시티 등의 혁신적 성장 단계 기업을 지원하는 8억달러 규모의 자산을 가진 투자 펀드다. 라이드셀의 자동화 플랫폼은 기업들이 차량 운영 과정에서 트럭 관리 및 내부 시스템들을 통합적으로 볼 수 있게 해주는 특징이 있다. 이번 투자를 계기로 라이드셀과 우븐플래닛은 모빌리티 서비스 운영 협업 기회를 모색하게 된다.
이와 함께 도요타는 시즈오카현에 자율주행과 AI 등 미래 기술을 개발하는 실험도시 우븐시티를 만들 계획이다. '그물망 도시'라는 뜻인 우븐 시티는 도요타가 구상하는 미래형 스마트 도시 모델이다. 도요타 사장은 지난해 1월 세계 최대 가전 IT 전시회인 'CES 2020' 개막을 앞두고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을 통해 초연결 실증도시로 우븐 시티를 건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계획에 따라 지난해 말 폐쇄된 후지산 기슭의 히가시후지 공장 터 70만8천㎡에 조성될 우븐 시티는 현재 개발 중이거나 앞으로 개발할 기술과 서비스를 일상생활에 적용하는 실험공간으로 꾸며진다. 우븐 시티의 완공 시기와 총공사비는 베일에 싸여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내용으로는 수소연료와 태양광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등 지속가능한 도시로 건설될 예정이다. 자동운전, 로봇, 스마트홈, 인공지능(AI) 등의 혁신 기술을 현실 환경에서 실증하는 환경도 조성된다. 지상에는 자동운전 차량, 보행자, 보행자와 개인 이동장비가 다닐 수 있는 3종류의 전용도로가 조성되고, 지하에는 물류 전용 자동운전 차량이 달리는 도로가 설치될 계획이다. 초기 거주자는 자녀 양육 세대, 고령자, 발명가·연구자 등 약 360명으로 시작해 2,000명 규모로 늘어난다. 입주는 이르면 2025년쯤 시작될 것으로 관측된다. 토요게이자이는 “우븐시티는 자동차 회사에서 모빌리티 회사로의 변혁을 목표로 하는 도요타의 기간사업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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