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하려고 세종시 특공을 받으려는 게 아닙니다. 실거주 기간, 전매 금지 기간을 늘리는 대신 특공을 유지해주세요.”
정부가 세종시 공무원 특별공급을 폐지하기로 한 가운데 새로운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공무원 특공 폐지를 담은 법안의 입법 예고 기간에 300건이 넘는 ‘역대급’ 이의 신청이 들어왔다. 핵심은 특공 폐지를 일정 기간 유예해달라는 것이다. 세종에서는 오는 7월 '세종 자이 더 시티’가 분양될 예정이다. 정부 결정에 따라 해당 단지의 특공 여부가 결정되게 됐다.
2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21일 종료된 세종 특공 폐지 관련 입법 예고 기간에 국민참여입법센터를 통한 온라인 의견으로만 359건이 접수됐다. 이는 국토교통부가 올 들어 진행한 291건의 입법 예고 가운데 가장 많은 의견 제출이다. 입법 예고에 수백 건대의 의견이 접수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제출된 의견은 대부분 폐지를 취소하거나 적어도 폐지 기간을 유예해달라는 내용이다. 충남대병원 소속이라고 밝힌 한 의견 제출자는 “직장이 세종으로 이전한다기에 먼저 전세로 들어와 매일 3시간 출퇴근하며 2년간 특공을 준비했다”며 “예전에 분양 받아 범죄를 저지른 사람 때문에 앞으로 분양 받을 실수요자가 벌을 받아야 하는 상황은 부당하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글에서는 “정부의 약속을 믿고 몇십 년 동안 살던 곳을 떠나 다른 도시로 이주했다”며 “특공 비중을 축소한 것은 받아들일 수 있지만, 하루 아침에 제도를 폐지하는 것이 공정한 일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공 당사자인 공무원뿐 아니라 세종시 역시 국토부에 대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춘희 세종시장은 16일 국토부를 방문해 폐지하더라도 일반공급에서 기타 지역(현재 50%)을 없애고 당해 지역을 100%로 늘려달라고 건의했다. 1년 이상 거주한 세종시 실수요자들을 일부 구제해야 한다는 취지다.
앞서 더불어민주당과 정부·청와대는 지난달 28일 세종시 이전 기관 특공과 관련한 각종 논란이 불거지자 특공 제도 자체를 폐지했다. 이후 이 같은 결정에 대해 당정청이 관리 부실의 책임을 덮고 논란이 확대되는 상황을 막기 위한 무리한 결정이라는 논란이 뒤따랐다.
국토부는 폐지 결정 이후 반대 목소리가 커지면서 난색을 보이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당정청이 제도를 폐지한 취지를 고려할 때 유예 기간을 두는 것이 바람직할지는 봐야 할 문제”라며 “다만 입법 예고 기간에 상당히 많은 의견이 제출된 만큼 이를 들여다볼 것”이라고 밝혔다. 일반공급에서 세종시 거주자를 100%로 늘리자는 세종시의 의견과 관련해서도 “세종시 실거주자 중에는 공무원의 비중이 높다”며 “후속 대책이 공무원에 대한 또 다른 특혜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즉시 폐지나 유예 여부는 28일께 최종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세종 6-3구역 세종 자이 더 시티의 분양 일정이 다음 달에 진행될 예정이다. 정부의 결정에 따라 해당 단지의 특공 적용 여부가 확정되는 셈이다. 세종 자이 더 시티는 특공 등의 모집 전형과 비율 등을 확정하지 않은 상태다.
/김흥록 기자 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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