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이 17일 문재인 대통령의 방일 추진과 관련한 일본 보도에 대해 “외교는 파트너가 있고 다른 나라에 대한 예우를 가져야 되는 것”이라며 “상식적이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 수석은 이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도쿄 올림픽 계기 문 대통령의 방일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이런 저런 방안들이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의 방일을 포함해 다양한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지만, 일본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일방적으로 취소하는 등 셈법이 복잡해진 가운데 일본이 ‘언론 플레이’를 했다고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수석은 “(방일은) 일본과 잘 지내려고 하는 측면도 있겠지만 도쿄 올림픽을 계기로 북한과의 물꼬를 트려는 노력 중 하나”라며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는 당사자는 아니기 때문에 저도 세세하게 캐묻지 않고 짐작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 수석은 그러면서 “일본 스가 총리나 일본 여당의 국내 사정이 만만치 않구나, 그래서 자꾸 국내 정치용으로 우리를 끌어들여서 쓰고 있다고 본다”며 “옛날에 아베 전 총리가 위기 때마다 한국을 공격하면서 반전시켰듯이 스가 총리가 똑같은 수법을 쓴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방일 여부를 재차 묻는 질문에는 “제가 확인할 수는 없다”면서도 “전체적으로 지금 우리가 평화 프로세스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거기에 맞는 다양한 방법들,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고민하고 있고 실행해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전날 국회에서 이준석 신임 국민의힘 대표를 만난 이 수석은 “여야정상설협의체에 대한 논의가 잘 됐다”면서 “날짜는 문 대통령이 (유럽 순방에서) 돌아오면 의논해야 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과 이 대표의 단독 회담 가능성에 대해서는 “이준석 대표가 일대일 대화를 요청하지는 않았다”며 “야당 대표와 일대일 만남보다는 정당 대표들이 모여서 현안들을 일괄 타결하는 게 더 급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른바 ‘이준석 현상’의 원인에 대한 진단도 내왔다. 이 수석은 “정치가 제기능을 충분히 못 하고 있다”며 “그 책임으로부터는 청와대도 자유롭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수석은 또 “특정 세대가 한국 정치를 장기 독점하고 있다”며 “기성체제에 대한 반사작용이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날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청년 문제를 총괄하는 ‘청년특임장관’ 신설을 문 대통령에게 제안한 것에 대해서는 “청년 문제를 풀기 위한 여러 아이디어들이 나와 있기 때문에 검토를 했다”면서 “상징성은 있지만 임기가 1년도 채 안 남은 정부가 지금 정부조직법을 바꿔서 장관급의 직위를 새로 만든다면 우리 의도와 상관없이 잘 받아들여질까하는 의구심이 있어서 주저하는 사안”이라고 했다.
이 수석은 그러면서 “개인적으로 저는 좋다고 본다”면서 “야당이나 여의도 정치권에서 다르게 오해만 안 한다면 청와대가 더 적극적으로 검토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허세민 기자 sem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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