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만 전북대 명예교수의 사회 비평서 ‘인물과 사상’이 오는 14일 1년 9개월 만에 공식 복간된다. 제호는 ‘The 인물과 사상’으로 바뀌었고, 발행 주기는 월 1회에서 분기 1회로 늘렸다. 대신 ‘성역과 금기에 도전한다’는 슬로건은 그대로 가져간다.
강 교수는 책의 머리 말에서 “한국 사회는 특유의 연고주의와 정실주의 문화로 인해 ‘사람 탓’을 해야 할 일마저 ‘구조 탓’으로 돌리는 몹쓸 병에 걸려 있는 건 아닐까?”라고 질문을 던지며 “특정인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책임을 묻는 일은 ‘원수’를 만들기 십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직책이 높건, 공직자이건 아니건, 자신이 져야 할 책임을 두렵게 생각하면서 자신의 이름을 소중히 여기는 문화나 풍토를 정착시켜 나가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재차 세상에 질문을 던졌다.
복간 첫호에서 다루는 인물은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윤석열 전 검찰총장,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문재인 대통령,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어준 TBS 뉴스공장 진행자,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다. 이들을 중심으로 일어난 사회적 이슈들의 의미와 이면의 흐름을 짚어본다.
먼저 제1장에서 김 전 위원장에 대해 “왜 늘 ‘배신’을 당하는가?”라며 비평을 시작한다. ‘돌직구 품성’과 ‘단독자 기질’의 명암에 주목한다.그러면서 강 교수는 “어떤 일이 벌어지 건, 국민의 힘이 앞으로도 김종인의 지휘 또는 조언에 충실히 따른 것이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김종인 체제 하에선 설 땅이 없다고 생각하는 중진들은 정권 교체를 못하는 한이 있더라도 김종인에게 당하지 않는 쪽을 택하는 게 분명하다”고 예측한다.
제2장의 제목은 ‘추미애와 윤석열’은 서로 이용했나?'다. 둘 다 ‘대통령이라는 꿈을 위해’ 서로를 이용한 게 아니냐는 의문이다. 강 교수는 추 전 장관이 더 적극적으로 이용했다고 평가한다. 법무부 장관이 ‘식물 검찰총장’을 만들 수는 있어도 검찰총장이 ‘식물 법무부 장관’을 만들 수 는 없다는 점에서다. 또 윤 전 총장의 정치 참여에 대한 책임도 추 전 장관과 문 대통령에게 물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윤석열 악마화’ 명분 마련을 위해 ‘검찰 악마화’를 시도한 건 큰 잘못이라고 지적한다. 검찰이 오래도록 문제였다면 검찰을 권력의 도구로 활용해온 역대 정권에 더 큰 책임을 물어야 했다는 것이다. 물론 강 교수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윤 전 총장의 대통령 자격 여부가 아니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 대한 책임론이다.
문재인 정권을 끊임없이 비판해왔던 만큼 문 대통령에 대해서도 또 한번 잘잘못을 따진다. 강 교수는 문 대통령의 가장 큰 문제를 “고집을 소신이라 착각하는 것”이라며 “인사만 그런 게 아니라 각종 법안 통과에서부터 모든 주요 정책에 이르기까지 매사가 그런 식”이라고 비판한다.
이 밖에 강 교수는 책에서 ‘고민정, 왜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나?’ ‘왜 민주당은 김어준 찬양 경쟁을 벌이나''문재인보다 더 좋은 인상을 가진 윤호중''이해찬과 설훈의 현실 감각''김상조, 무능과 위선은 동전의 양면인가?''박원순 사건의 의미는 무엇인가' 등의 소주제를 다룬다.
/정영현 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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