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한 달 만에 사상 최고치 기록을 갈아 치웠다. 최근 증시를 휘감았던 긴축 우려, 병목 현상, 동아시아 국가의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에 대한 공포가 잦아든 것이 호재가 됐다.
7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2.04포인트(0.37%) 오른 3,252.12에 마치면서 지난달 10일 쓴 역대 최고 기록(3,249.30)을 경신했다. 이날 코스피는 장중 3,264.41까지 오르면서 연초 세운 역대 장중 최고치(3,266.23)도 넘봤다. 지난달 말 이후 매수세를 보였던 외국인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1,870억 원을 순매도했고 기관과 개인이 각각 1,180억 원, 660억 원을 사들였다.
시장의 불확실성 요소들이 하나둘 걷히면서 코스피가 완만한 경사의 ‘안도 랠리’를 펼치고 있다는 진단이다. 지난달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을 앞지른 물가 상승세를 보여주면서 긴축 우려가 커졌지만 부진한 미국 5월 고용 보고서가 통화정책을 조기에 정상화할 필요가 없겠다는 안도감을 심어줬다는 평가다. 지난주 미국 노동부는 5월 비농업 부문의 일자리가 전월보다 55만 9,000개 늘어났다고 밝혔다. 직전 월과 비교해서는 늘어났지만 당초 기대치(67만 5,000개)에는 못 미친 것으로 긴축 우려 완화에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1.6%대에서 1.5%대로 내려왔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고용 회복 속도에 탄력이 붙고는 있지만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려면 빨라야 올해 말”이라며 "오는 10일 미국 5월 CPI 지표가 다소 높게 나오더라도 고용을 우선시하는 연준이 조기 테이퍼링 신호를 시장에 던질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병목 현상이 해소되고 있다는 점도 투자 심리 회복을 거들었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 문제가 정점을 찍고 안정화되면서 미국 내 자동차 업종의 고용이 증가세로 전환했고 국내에서도 현대차·기아 등이 공장을 재가동하고 있다. 한편 6일(현지 시간)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금리 상승이 미국 경제에 플러스가 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시장에 충격을 주지는 않았다.
동학 개미의 관심은 꾸준히 매집했던 반도체·자동차의 시간이 다시 올 수 있는지 여부에 모아져 있다. 주가와 실적 간의 연동성이 한층 공고해진 장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며 이들 업종의 실적 개선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기대를 해볼 만하다는 평가다. 이날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이후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차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각각 6.1%, 30.3%, 3.3%씩 상향 조정됐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개인의 선호도가 높은 자동차와 반도체 업종의 최근 이익 모멘텀이 상당히 좋다. 조정 기간에 대응을 잘했던 만큼 상승 과정에서 빠른 차익 실현을 주의할 필요가 있다”며 “매일 살 수는 없지만 강도 측면에서 외국인의 매수 기조는 유효하다”고 말했다.
/이승배 기자 ba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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