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금리 인상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대응책을 서둘러 수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 금리 인상에 따라 우리나라도 금리가 오르면 가계 부채의 이자 부담이 크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7일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이 미국과 같은 폭으로 금리 상승 시 가계대출의 연 이자 부담은 25조 6,000억 원에서 최대 28조 8,000억 원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가계대출 금리를 한국 단기 국공채 금리로 설명하는 모형을 적용한 결과다.
우리나라 단기 국채금리가 미국의 적정 금리 인상 폭(1.37∼1.54%포인트)만큼 상승하면 평균 가계대출 금리는 1.54∼1.73%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가정했다. 여기에 금융 부채가 있는 가구 비율(2020년 57.7%)과 전체 가구 수(2019년 2,010만 가구) 등을 이용하면 금융 부채가 있는 가구당 이자 부담은 220만∼250만 원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경연은 “미국이 금리를 인상할 경우 우리나라는 딜레마에 빠질 수 있으므로 대응 전략 마련에 총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미국의 금리 상승에도 국내 금리를 조정하지 않으면 외국인 투자 자금 유입은 16억~18억 달러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경연은 미국과 한국 간 금리 차이, 원·달러 환율 예상 변동률 등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외국인 투자 자금 순유입 비율을 설명하게 하는 모형을 설정해 미국 금리 인상의 영향을 추정했다.
한편 지난 4월 미국의 전년 동월 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2%로 2008년 9월 이후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올해 성장률을 6.4%로 수정 전망하면서 미국의 금리 인상 시기가 앞당겨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과도한 민간 부채를 고려할 때 미국보다 선제적인 금리 인상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재정 효율화와 국가 채무 건전성 확보를 위해 노력하는 한편 기업 경쟁력 제고와 고용 확대 등을 통해 민간의 금리 인상 방어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재영 기자 jyha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