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최근 스스로 목숨을 끊은 네이버 직원이 상사로부터 지속적인 폭언과 과로에 시달렸으며 지속적인 문제 제기에도 회사 경영진이 묵인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네이버 노동조합 ‘공동성명’은 7일 분당 네이버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인은 지나친 업무지시로 인해 야간·휴일·휴가 가릴 것 없이 과도한 업무에 시달렸다"며 "상급자(임원 A)로부터 지위를 이용한 부당한 업무 지시와 모욕적인 언행, 해결할 수 없는 무리한 업무지시 등을 받으며 정신적 압박에 고통받아 왔다"고 밝혔다. 노조에 따르면 고인은 주말과 밤늦게도 업무를 했으며, 식사 중에도 업무적으로 연락이 오면 늘 답변했다고 한다. 최소한의 휴식 시간인 하루 1시간도 쉬지 않고 일해왔다는 게 주변 동료의 증언이다.
고인이 지난해 주변 지인들과 나눈 메신저 대화를 보면 밤 10시 이후에도 업무를 수행했음을 알 수 있는 내용들이 파악됐다. 임원 A씨가 지위를 이용해 부당한 업무지시와 모욕적인 언행, 해결할 수 없는 무리한 업무지시를 한 사례도 다수 포착됐다. 고인은 지난 3월 26일 동료에게 “A와 미팅할 때마다 자신이 무능한 존재로 느껴지고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속을 걷고 있는 것 같아 괴롭다”면서 “계속 이렇게 일할 수밖에 없나. 다른 방법은 없을까”라고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는 회사 내부에서 A씨에 대해 지속적인 문제 제기가 있었지만, 경영진이 이를 알고도 묵인·방조한 정황이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3월 4일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한성숙 대표가 포함된 회의에서 한 직원이 A씨를 가리켜 ‘책임 리더(네이버 임원에 붙는 직급)’ 선임의 정당성에 대해서 질문했다. 이 자리에서 인사 담당 임원은 "책임 리더의 소양에 대해 경영 리더와 인사위원회가 검증하고 있으며 더욱 각별하게 선발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했다고 한다.
노조는 "2년 가까이 해당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고인과 동료들이 회사의 절차를 이용해 다양한 행동을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문제를 묵살한 회사의 무책임한 방조와 묵인 역시 고인의 비극적 선택에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자체 진상 자료에 필요한 자료를 사측에 요구하고, 수사 권한을 가진 고용노동부에 특별근로감독을 의뢰하기로 했다. 또 경영진의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위원회 구성, 책임자 엄중 처벌 등을 요구했다.
/정다은 기자 downr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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