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통신 3사와 네이버가 이끄는 토종 앱마켓 ‘원스토어’가 마이크로소프트(MS), 도이치텔레콤과 손잡고 ‘글로벌 연합군’을 결성했다. 구글이 오는 10월 인앱결제 수수료 적용에 앞서 6월부터 공격적인 할인으로 이용자들을 인앱결제 생태계에 끌어들이고 있는 가운데, 원스토어가 글로벌 빅테크와 손잡고 맞불을 놓은 것이다.
1일 원스토어는 MS와 도이치텔레콤의 투자전문회사 DTCP로부터 168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3월 KT(030200)·LG유플러스(032640)에게 260억 원을 투자 받은 데 이어 추가 투자 유치다. 원스토어는 현 지분율에 대해 함구하고 있지만, 앞서 KT와 LG유플러스 지분이 각각 3.1%, 0.7%였던 점에 미뤄볼 때 DTCP측 지분율은 1~2% 내외로 추정된다. 원스토어 관계자는 “MS, 도이치텔레콤과 함께 게임 생태계 육성·콘텐츠 발굴·클라우드 협력 등에 나설 계획”이라며 “이번 투자로 성장성과 앱마켓 시장에서 잠재력을 글로벌 기업들로부터 인정받아 기업공개(IPO)에 탄력을 받을 전망”이라고 했다.
업계에서는 국내 투자자가 아닌 해외 투자자들이 직접 국내 앱마켓 기업에 투자한 것을 두고 매우 이례적인 현상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번 투자 유치 배경엔 원스토어 지분 50%가량을 보유한 SK텔레콤(017670)과 MS, 도이치텔레콤 간 끈끈한 관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SK텔레콤은 MS와 5G와 클라우드 게이밍 분야에서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도이치텔레콤과는 지난해 11월 5G 기술 합작사를 설립하는 등 통신 분야에서 글로벌 혈맹 관계다.
각사가 얻을 시너지도 상당하다. 모바일 시장을 구글에 빼앗긴 MS는 엑스박스 게임을 유통하기 위한 플랫폼이 필요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원스토어에서 MS 게임을 결제하고 SK텔레콤 5G 망으로 즐긴다면 ‘제3자’인 구글에 수수료를 낼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원스토어는 대형 게임 입점이 필요하다. 일례로 국내 최대 매출을 올리고 있는 엔씨소프트(NC) ‘리니지’ 시리즈는 원스토어에서 찾아볼 수 없다. 원스토어는 MS 게임으로 포트폴리오를 넓히고, 유럽과 북미에서 영향력이 큰 도이치텔레콤과 협력으로 유럽·북미 게임을 입점시키거나 원스토어가 현지에 진출하는 방안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원스토어의 글로벌 투자 유치 발표는 특히 국내 1위 앱마켓 사업자인 구글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원스토어가 글로벌 연합군을 결성한 이날 공교롭게도 구글은 이날부터 6월 한달간 한국 내 비(非) 게임 앱의 구글플레이 결제액을 15% 할인해준다. 할인액은 모두 구글측이 부담하지만, 행사 가격을 적용받기 위해선 구글 결제 시스템을 이용해야만 한다. 구글은 오는 10월 비 게임 앱에 대한 인앱결제 수수료 30% 전면 도입을 앞두고 있다. 구글의 이번 행사를 두고 이용자들을 자사 결제 시스템 내에 끌어들이려는 ‘밑작업’에 나섰다는 해석이 따르는 이유다.
구글 인앱결제 수수료 적용은 원스토어에겐 기회다. 원스토어는 수수료가 20%로 구글플레이보다 저렴하고, 중소사업자에겐 10% 수수료만 받는다. 통신 3사 이용자에게는 원스토어 유료결제 시 멤버십 10% 할인을 추가 제공하고 있다. 애플 기기는 자체 마켓인 ‘앱스토어’를 통해서만 앱 설치가 가능하지만, 안드로이드는 타 마켓 사용이 가능한 점을 노려 구글플레이의 ‘대안’으로 자리잡겠다는 목표다.
원스토어는 연내 IPO를 추진 중이다. 지난해엔 2016년 출범 이후 5년 만에 첫 연간 순이익을 기록했다. 거래액도 올 1분기까지 11분기 연속 늘어나고 있다. 이재환 원스토어 대표는 “이번 투자를 바탕으로 국내 앱마켓 생태계 조성과 글로벌 진출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윤민혁 기자 beherenow@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