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등판이 예상보다 늦어지는 분위기다. 3월 초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겠다며 총장직을 내던지자 "별의 순간을 잡았다"(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는 야권의 호평이 쏟아졌지만, 두 달 넘게 '등판 타이밍'을 숙고하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달 2일 재보선 사전투표소에 모습을 드러내며 사실상 정치 행보를 시작한 윤 전 총장은 대권 도전에 필요한 '공부'에 전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거시경제 전문가인 권순우 한국자영업연구원장을 만나 최저임금 인상 등에 관해 대화를 나누는 등 꾸준히 전문가 조언을 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에서는 지지율 선두인 윤 전 총장의 등판 시점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재보선이 끝나는 대로 곧장 공개행보에 나설 것이라는 당초의 관측은 우선 빗나갔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이달 중순께 정치적 결단을 내릴 것으로 전망했으나 아직 오리무중이다.
일각에서는 6월 둘째주로 예정된 국민의힘 전당대회까지 본 뒤에 대선판에 나오지 않겠느냐는 전망까지 나온다. 새로 들어설 지도부의 성격에 따라 행보를 결정하지 않겠냐는 해석이다. 무소속 홍준표 의원의 복당 여부 등과 맞물려 과거로 회귀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면, 국민의힘 입당 카드를 접고 당밖의 세력화를 모색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김 전 위원장 또는 금태섭 전 의원과 손을 잡고 중도층 세력화를 도모하지 않겠느냐는 시나리오와도 맥을 같이한다.
문제는 윤 전 총장의 저울질이 길어질수록 지지층의 기대감이 줄어든다는 점이다. 벌써부터 야권 경쟁자들 사이에선 '검증의 시간'을 최소화하려는 '간보기' 행보라는 비아냥이 나오고 있다. 김종인 전 위원장조차 10일 윤 전 총장 행보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목적 의식도 없는 사람이다. 더는 묻지 말라"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11일 "잠행이 길어질수록 여당의 검증 공세 등 리스크에 허술해질 수밖에 없다"며 "명확한 의사 표시가 없으면 경쟁력도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윤 전 총장이 간접적으로 내놓고 있는 메시지를 두고도 "자신이 뭘 하려는지를 보여야 한다"며 "반(反)정부 메시지만으로는 대선 준비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윤 전 총장과 교분이 있다는 한 여권 인사는 "검사 출신이지만 매우 정치적인 사람"이라며 "야당에 가지 않고 제3지대에 있으면서 일을 도모할 것"이라고 전했다.
/박신원 인턴기자 shin0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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